비판론과 옹호론 대두···향후 마스크 공급 수익 공개해야

“이 기자, 이희구 회장님이 전보다 요즘 더 욕을 많이 먹고 있죠?” “네. 제 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그건 사실입니다.”  

기자가 최근 전국적 인물로 부상한 조선혜 지오영 회장과 10여년 전 전화통화에서 한 대화다. 기자는 16년 전인 지난 2004년 처음 조 회장(당시 사장)과 만나 들은 이야기도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당시 조 회장은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에서 봤듯이 지인의 보증을 절대 서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했다. 기자를 만나 왜 그이야기를 했는지 알 수 없지만, 조 회장은 사업을 하면서 보증을 잘못 선 사례를 주변에서 많이 본 듯했다.  

최근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증폭된 조선혜 지오영 회장의 공적 마스크 독점 공급을 언급하기에 앞서 십수년 전 이야기를 한 것은 지오영과 조선혜 회장, 이희구 회장을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한국의약품도매협회장 시절 지금의 지오영을 조 회장과 공동으로 설립한 인물이다. 그와 조 회장은 마음 맞는 비즈니스 파트너로 유명하다.  

최근 지오영의 마스크 독점 공급 논란을 간단히 정리해보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공적 마스크 도입 직후인 지난달 25일 전국 약국 대상 마스크 공급권을 지오영 컨소시엄에 단독으로 줬다. 하지만 식약처는 이틀 후인 같은 달 27일 마스크 공급업체로 백제약품을 추가 지정했다. 

한 도매업계 관계자는 “말이 컨소시엄이라고 하는데 친한 도매상들한테 마스크 공급권을 나눠주는 도도매 역할을 지오영이 떠맡은 것 아니겠느냐”면서 “20년간 조 회장 행태를 보면 공급권이 당초 왜 지오영한테 갔는지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독점권과 함께 지오영이 마스크 공급으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며 이른바 숙명 커넥션이 확산됐다. 기자도 이번에 조 회장이 1955년생이란 걸 알았다. 그와 커넥션설이 돌고 있는 손혜원 의원도 1955년생이다. 손 의원은 55년 1월생이어서 한 해 일찍 학교에 들어갔다.

문재인 대통령 부인인 김정숙 여사는 1954년생이어서 우리가 알고 있듯이 손 의원과 숙명여중·숙명여고 동기동창이다. 이와 달리 조 회장은 인천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숙명여대 약대에 입학해 공부한 약사 출신 경영인이다.  

조 회장에 대한 비판론과 옹호론을 통해 구체적 사실을 들여다보자. 우선 조 회장이 숙명여고 출신은 아니지만 숙대를 졸업한 인연으로 영부인, 손 의원 등에게 로비해 독점권을 따냈다는 것이 비판론 요지다. 일부 우파 유튜버를 중심으로 거론돼다 삽시간에 퍼진 것으로 보인다. 

앞서 거론했지만, 일단 영부인, 손 의원과 조 회장은 고등학교 동문이 아니다. 조 회장과 손 의원은 동갑이지만, 다른 인연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조 회장이 지난 2017년 5월부터 숙명문화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일부 우파와 정부 비판 세력이 조 회장과 영부인, 손 의원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는 것은 현 시점에서는 설득력이 다소 떨어지기는 하지만 정부가 최소한 마스크 정책에서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해는 된다. 

그럼 조 회장 옹호론은 어떤가? 조 회장을 옹호하는 세력은 지오영이 국내 의약품 유통업계에서 1위라는 점을 내세운다. 약업계에서는 누구나 아는 명백한 사실이다. 식약처는 당초 공적 마스크 약국 공급처를 고시하며 아쉬운 선택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 만약 식약처가 지오영과 백제약품, 또 다른 대형 유통업체 등 3곳을 선정해 발표했더라면 영부인이 직접 거론되는 일을 막았을 것이라는 게 기자 생각이다. 

조 회장은 웬만한 남자를 능가할 만큼 선이 굵고 당찬 여장부 스타일의 경영인이다. 이에 그는 세간의 의혹을 해명하는 데 직접 나섰다. 10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영부인 친분설 등을 부인했다. 조 회장은 이 라디오 방송에서 “지방에도 지오영이 있는데 참여를 같이 하자면서 컨소시엄을 해 제가 13개 도매를 같이 하고 있다”며 “1, 2위를 넣은 것이 무슨 특혜인가”라고 반문했다.

하지만 정확히 식약처는 당초 지오영 컨소시엄에 마스크 공급권을 독점적으로 줬다. 백제약품을 넣은 것은 이틀 후였다. 그리고 이 회장이 도매협회장 당시 지오영을 설립, 타 도매 거래 약국을 집중 공략한 것은 약업계에서 누구나 아는 일이다. 시장경제에서 경쟁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도매협회장 직책을 약국 영업에 활용하는 것은 똑똑한 초등학생도 반대할 일이다. 문재인 정부가 줄기차게 주장하는 공정과 정의의 원칙에 어긋난다. 현재 업계 1위는 이 같은 과정을 거쳐 구축했다는 것이 지오영 비판론자들의 생각이다.  

조 회장이 영부인 친분설 등에 대해 억울한 입장인 것은 이해할 수 있다. 이와 별도로 지오영이 마스크 제조업체들로부터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향후 공급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수익 등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본다. 영부인 친분설 등과 관련, 라디오에 출연해 자신의 입장을 명백하게 밝히는 여장부가 사태가 마무리된 후 수익이 얼마나 났는지 밝히는 것은 명백한 의무다. 그가 도매업계 대통령으로 불리는 한국의약품유통협회장이 아니라면 이런 말도 할 필요가 없다. 어차피 기자가 가만히 있어도 가을 국정감사에서 국회가 그를 불러낼 것이다.  

조 회장과 지오영에 대한 비판론과 옹호론은 독자들이 알아서 판단할 문제다. 기자수첩의 맨 앞에서 이 회장이 당시 업계에서 욕을 많이 먹었던 이유는 말하지 않겠다. 조 회장이 약업계를 벗어나 전국적으로 욕을 먹을지 칭찬을 먹을지는 그와 지오영이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영부인과의 친분설이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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