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운수법 개정안·빈집재생사업·원격의료 등 여러 산업 규제 '여전'···업계 "정치적 갈등 및 논쟁 없애고 규제 샌드박스 취지 살려 활성화시켜야"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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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의 사업을 막는 규제는 여전히 많다. 승차공유·전동킥보드 등 모빌리티 산업부터 공유 숙박, 망 비용, 벤처투자 분야에 규제가 분포돼 있다. 스타트업 업계는 규제 샌드박스 등 구체적인 해결책이 나왔음에도 여전히 규제에 막힌 산업이 많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가장 뜨거운 감자는 모빌리티 산업이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타다금지법’으로 알려진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대표적인 규제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은 지난 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법은 11∼15인승 차량을 빌릴 때 관광 목적으로 6시간 이상 사용하거나 대여·반납 장소가 공항 또는 항만일 경우에만 사업자의 운전자 알선을 허용한다는 조항이 골자다. 유예 기간을 합쳐 1년6개월 후에는 타다의 현행 서비스가 금지된다.

타다 운영사 VCNC는 타다 베이직의 1개월 내 잠정 중단을 공지했다. 교통약자를 위한 서비스였던 ‘타다 어시스트’도 잠정 종료됐다.

렌터카를 활용한 플랫폼 스타트업들은 개정안에 따라 플랫폼 운송 면허를 받아 기여금을 내고 택시총량제를 따르면 영업을 할 수 있다. 기여금은 택시면허 값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타다 같은 스타트업들이 한 대당 6000만~7000만원에 이르는 택시면허를 구매할 자본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모빌리티 위원회를 꾸려 택시총량제 및 기여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동킥보드 등 1인 퍼스널 모빌리티에 대한 규제도 있다. 현행법은 전동킥보드 등 퍼스널 모빌리티를 원동기로 정의한다. 주행 안전 기준, 제품 인증 등 퍼스널 모빌리티에 대한 규제 제반도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퍼스널 모빌리티 안전 규정을 포함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심의 중이지만 아직 통과되지 않았다.

빈집을 재생시켜 숙박 사업을 하는 스타트업들도 법령의 부재로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받고 있다. 빈집 재생 숙박은 빈집 소유주가 유휴공간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중개 플랫폼과 수익을 공유하는 사업이다. 여행객은 쉽게 지역 숙소를 구할 수 있고 지역사회는 체험 관광, 농산물 판매 등 부가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스타트업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현재 농림축산식품부는 단독주택 재생 모델은 건축법상 숙박시설로 분류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숙박업 승인을 금지했다.

원격의료의 경우 정보통신기술(ICT) 산업과 의료업계 간에 첨예한 갈등이 오랜 시간 지속되고 있다. 의사가 ICT 진단 시스템을 활용해 환자를 진단·처방할 수 있는 원격의료 개정안은 2010년 이후 단 한번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등으로 인해 서울대병원과 일부 지역에서 원격의료 실증 특례를 시행 중이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은행, 공공기관, 언론사 홈페이지 사이버 테러로 생긴 ‘망 분리’ 규제의 경우 핀테크 스타트업과 원격근무 플랫폼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전자금융법에 따르면 내부 통신망과 연결된 내부 업무용 시스템은 인터넷 등 외부 통신망과 아예 분리된다. 그러나 2020년 기준 보안 기술이나 데이터 기술이 발달된 가운데 전자금융사업자에 대한 일괄 망 분리 적용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규제 개선이 이뤄지고 있음에도 여전히 각 산업에 규제가 많다고 토로하고 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에 따르면 2018년 2분기부터 2019년 4분기까지 총 39개의 규제 개선 이슈를 공식 건의했다. 모빌리티, 핀테크, 의료, 데이터, 유통, 숙박·관광, 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개선된 규제는 11개다. 28개 과제는 아직까지 미해결 상태다. 코스포 측은 “국회 법제화 지체, 업계와의 갈등, 소관 부처의 개선 검토 및 판단 지체 등이 규제 미해결 사유”라며 “규제 샌드박스 등이 규제 개선 교착 국면에 유일한 경로이지만 입법 과정에서의 논쟁과 정치적 갈등으로 인해 샌드박스 도입 취지가 훼손되기도 한다. 자유로운 실험과 평가의 장으로서 (규제 샌드박스) 취지를 살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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