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 내용 담을 시행령이 관건
업계 관계자 “제도권 진입, 긍정적 신호이나 시행령에 따른 과잉 규제 우려”

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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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화 미비로 그동안 제도권 밖에 놓여 있었던 암호화폐가 관련 법 제정으로 제도권에 첫발을 내딛게 됐다. 암호화폐 업계의 숙원이었던 제도화가 이뤄짐에 따라 시장에 긍정적 신호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감이 일고 있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법제화 이후 시행령 마련에 따른 과잉 규제 우려 등 과제가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9일 국회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특금법은 국내 첫 암호화폐 관련 법으로 암호화폐를 ‘가상자산’으로, 암호화폐 거래소를 ‘가상자산 사업자(VASP)’로 정의하고 가상화폐 취급업자들이 지켜야 할 내용 등을 담았다.

업계는 전반적으로 특금법 개정안 통과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제도권 편입을 통해 그간 암호화폐 시장에 덧씌워진 투기 오명을 벗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한국블록체인협회 관계자는 “특금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환영한다”며 “특금법에 따라 실명 확인이 가능한 입출금 계정을 통한 금융거래가 암호화폐 사업자의 신고 수리에 필수적인 요건이 된 만큼 협회 차원에서 감독당국 및 은행 등 금융기관과 활발히 소통하며 현재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 마련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공포 후 1년 후인 2021년 3월부터 본격 시행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암호화폐 거래소 등은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내년 9월까지 신고를 해야 한다. 가상자산 사업자는 실명 확인을 할 수 있는 입출금 계정을 발급받고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받아야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특금법 개정안 통과 이후에도 법안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은 부분은 추후 시행령으로 내용을 정할 것이기 때문에 장밋빛 전망을 하기에는 이르다고 지적한다. 개정안에서 말하는 가상자산 사업자의 범위와 법을 적용할 대상이 되는 암호화폐의 범위 등을 규정하기 위해선 시행령 마련이 필요하다.

업계에선 특금법 통과를 환영하면서도 시행령을 통해 광범위한 규제가 적용될 경우 부진한 암호화폐 시장의 활성화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국회에서 열린 법안심사소위에서도 이러한 비판이 제기됐다. 당시 야당 의원들은 특금법 개정안 적용 대상이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권고안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관련 시행령과 금융위 FIU 원장 재량에 맡겨진 영업 신고 수리 여부 및 감독 권한이 모호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는 “특금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암호화폐 산업도 제도권에 들어갈 길이 열렸다는 점은 긍정적 신호”라면서도 “다만 추후 시행령에 따라 과잉 규제가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향후 시행령 마련 과정에서 산업이 진흥될 수 있는 방향도 함께 고려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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