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지침 있어도 바쁜 현장에서 약사들 지키기 어려워
식약처·약사회 협의해 조만간 소분 비닐 제공할 듯

지난 6일 서울의 한 약국에서 약사가 맨손으로 마스크를 소분하고 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지난 6일 서울의 한 약국에서 약사가 맨손으로 마스크를 소분하고 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일주일에 구매할 수 있는 마스크 수량이 1인 2매로 제한되면서 약사들이 마스크를 소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일부 약사는 맨손으로 마스크를 개봉해 소분하고 각종 업무를 보다가 다시 그 손으로 마스크 소분 작업을 하고 있었다.

정부는 지난 6일부터 1인당 마스크 구매 수량을 2매로 제한했다. 따라서 6일부터 3매 이상 포장된 마스크를 제공받은 약사들은 제품을 뜯어 다시 소분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게다가 이날부터 중복구매 확인시스템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약사들은 마스크 구매자들의 정보를 시스템에 입력해야 하는 등 약사들이 해야 할 일이 더 많아졌다.

기자는 지난 6일 낮 서울의 한 약국을 방문했다. 이 약국의 약사는 마스크 봉투를 만지작거리며 매우 분주한 모습이었다. 약사에게 마스크 재고 여부를 묻자 “네 있어요”하며 말끝을 흐렸다. 약사는 5매로 포장된 마스크 봉지를 일일이 뜯어 위생 봉투에 2매씩 담고 있었다.

문제는 이 약사가 맨손으로 마스크를 소분한 부분이다. 마스크를 개봉하는 것도 위생적으로 좋지 않은데 맨손으로 구매 전 과정을 진행했다. 신분증도 마스크를 소분하던 손으로 건네받고 구매자의 주민등록번호도 키보드를 통해 컴퓨터에 입력했다. 이후 신용카드를 받아 마스크 값을 계산한 뒤 다시 그 손으로 마스크 소분을 이어갔다.

키보드, 신용카드, 신분증은 손이 많이 닿는 물건이어서 세균 감염의 우려가 많을 수밖에 없다. 확률이 낮더라도 구매자나 약사가 의심 증상을 갖고 있거나 ‘코로나19’ 확진자라면 약사의 손을 통해서 마스크가 오염될 가능성도 있어 보였다. 새 제품을 뜯는 것에도 구매자들이 찝찝함을 느끼는데 약사들이 격무로 인해 맨손으로 모든 작업을 연이어 하고 있어 아찔한 광경을 연출했다.

구매한 마스크 봉투가 뜯겨진 이유에 대해 묻자 약사는 “2매로 소분해서 팔라고 하는데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다”며 “안 그래도 마스크만 판매하느라 바빠 죽겠는데 오늘 200장 들어온 제품을 언제 다 소분해야할지 모르겠다. 손님들도 찝찝해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약국을 방문했더니 이 약국은 마스크가 모두 품절이라고 밝히면서 판매된 제품은 1매짜리 제품이어서 소분할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 약국의 약사는 “오늘 들어온 제품은 모두 낱개 포장된 제품이라 손님의 항의가 전혀 없었다”며 “아무래도 새제품을 개봉해서 손으로 만지면 위생에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약국 유통업계에 따르면 유통되는 마스크 중 3매 이상 포장된 제품의 비율이 전체 마스크 제품의 절반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약사회에서는 마스크 포장 단위가 3매 이상한 경우 장갑을 끼고 마스크를 소분팩에 넣어 소분할 것을 당부했다. 특히 위생에 대한 민원이 없도록 하라고 강조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마스크 제조업체에 마스크를 개별 포장하거나 2개씩 포장해 생산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위생과 관련해 약사회에서 지침이 내려간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지침이 지켜지지 않았을 때의 불이익에 대해서는 알지 못 한다”며 “약사들이 원활하게 위생 봉투에 소분할 수 있도록 약사회와 협의해 위생 봉투를 지원하기 위해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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