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배터리공장 소재지 폴란드 브로츠와프서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삼성·SK 공장소재 헝가리 등 동유럽도 비상···전기차 수요 감소도 불안요인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유럽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진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탈리아 등 남부를 시작으로 독일·프랑스 등 북·서유럽을 거쳐 스칸디나비아 반도와 동유럽 등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폴란드·헝가리 등을 거점삼아 유럽공략에 적극 나선 우리 배터리업계에도 적지않은 우려요인이 될 전망이다.

8일(현지시간) 각국 보건당국과 현지언론 등에 따르면 유럽 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다. 진앙지로 평가되는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독일·프랑스 등에서도 급증하고 있다. 동유럽도 마찬가지다. 체코(31명), 크로아티아(12명), 벨라루스(6명) 등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했으며, 폴란드와 헝가리에서도 각각 8명과 7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폴란드와 헝가리의 경우 국내 대형 배터리업체들이 거점공장을 세운 곳들이다. LG화학은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도 각각 헝가리 괴드와 코마콤에 생산라인을 가동 중이다. 특히 LG화학의 공장이 소재한 브로츠와프에서는 확진자가 발생했다. 현지 방역당국은 현재 해당 확진자와 접촉자들에 대한 검역이 이뤄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3대 배터리시장으로 꼽히는 유럽은 최근 가장 빠른 전기차 성장세를 자랑한다. 주요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의 본사 및 생산라인이 집중된 유럽에서 지난해부터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다. 특히 유럽 완성차 업체들은 한국 배터리 3사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 같은 수요급증에 대비하기 위해 우리 기업들도 현지투자를 대폭 키우는 추세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이 지적한 코로나19 유럽 내 확산에 따른 우리 배터리 업체들의 피해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하나는 공장 내 감염자 발생 등에 따른 생산 차질이다. 혹시라도 감염 혹은 바이러스 전파 사례가 발생할 경우, 한시적일지라도 공장폐쇄 등의 조치를 피할 수 없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시사저널e가 9일 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 각 업체에 확인한 결과, 현재까지 유럽 배터리 공장 내 감염 및 의심사례 등은 전무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LG화학의 경우 저조한 수율로 원활한 납품이 이뤄지지 못해 유럽 내 전기차 생산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어, 수율을 키워 조속한 납품 정상화가 시급한 시점”이라면서 “설상가상으로 이 같은 상황에서 공장 내 코로나19 확진자까지 발생하게 될 경우 대외신임도 등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 같은 문제가 없더라도, 공장 내 감염자 발생을 막기 위해 삼성·SK 등도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두 번째 우려는 중국의 전례와 같이, 유럽 내에서도 전기차 시장이 급속도로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중국 배터리업계의 지난 1월 글로벌 배터리 시장점유율이 대폭 후퇴했다. ‘부동의 1위’로 군림하던 CATL마저 파나소닉과 LG화학에 밀려 3위로 내려앉았을 정도였다. 중국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단계적 철폐가 이뤄지는 것과 맞물려 코로나19에 따른 내수침체의 영향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중국 배터리업체는 자국 완성차 판매 의존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라면서 “중국의 차별적 보조금 정책으로 중국진출이 원활하지 않았던 우리 배터리 업체들은 유럽 의존도가 높은 상황인데, 유럽 내 전기차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배터리 수요부진이 현실화 될 경우 우리 기업들도 CATL 등 중국 배터리업계의 전철을 밟게 될 수 있다”고 시사했다.

업계와 전문가들이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두 우려를 지적하는 까닭은 현재 유럽 내 코로나19 사태가 예측 불가능한 상황으로 전개되기 때문이다. 특히 역학조사 면에서 세계 최고수준을 자랑하는 한국과 달리 유럽에서는 이 같은 조사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어, 확산을 막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진다. 또한 이란을 중심으로 중동 내에서의 코로나19 확산세가 터키 등을 거쳐 동유럽 전파속도를 키울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기수 고려대 환경의학연구소 교수는 한 방송에 출연해 “한국은 우수한 IT기술력을 바탕으로 신용카드·대중교통 사용이력 및 스마트폰 기지국 추적 등에 따른 동선 파악 능력을 바탕으로 단기간 내 정확한 역학조사가 가능하다”면서 “반면 유럽 내 확산을 이끈 이탈리아의 경우 어렵사리 1번 확진자를 밝혀냈으나, 해외여행도 다녀오지 않았던 그가 어떤 경로로 감염됐는지에 대해서 현재까지 알아내지 못한 상태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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