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매장 방문 줄었지만 ’청정 가전’ 수요 여전···코로나19 감염 공포 심리 반영
업계, 정부 ‘고효율 가전제품 구매환급 사업’ 기대감 더 커

“예년 같으면 바쁠 시기인데, 내방객이 눈에 띄게 줄었어요.”

9일 오전 11시 서울 동작구 소재 가전제품 판매점의 한 직원은 이같이 말하며 한숨지었다.

9일 기자가 방문한 서울 동작구 소재 가전제품 판매점은 코로나19 여파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사진 = 김용수 인턴기자
9일 기자가 방문한 서울 동작구 소재 가전제품 판매점은 코로나19 여파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사진 = 김용수 인턴기자

이날 기자가 방문한 판매점엔 매장 직원이 방문자보다 많아 보였다. 기자가 매장을 둘러보는 30분 동안 구매 상담을 하러 온 방문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적막한 매장에선 제품을 둘러보는 기자의 발걸음 소리만 들렸다. 신학기와 결혼에 대한 기대와 설렘을 안고 방문한 고객으로 가득하던 평소 3월의 매장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매장 관계자들은 코로나19 여파로 매장을 찾는 발길이 뚝 끊겼다고 입을 모았다.

매장에서 만난 직원은 “아무래도 고객들이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걱정으로 방문을 꺼리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요즘 결혼이 미뤄지는 사례가 많아 예년과 같은 특수는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매장 옆 건물에 자리한 판매점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TV·세탁기 등 주요 가전제품이 전시돼 있는 2층에는 제품 사이사이 서 있는 직원 몇 명을 제외하고 단 한 명의 방문자도 없었다. 코로나19 여파에 대한 물음에 한 직원은 “여기뿐만 아니라 모든 가전제품 판매점이 타격을 받았을 것”이라며 “임대료 문제라도 조금 해결되면 좋겠다”고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코로나19 여파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서울 동작구 소재 가전제품 판매점. / 사진 = 김용수 인턴기자
코로나19 여파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서울 동작구 소재 가전제품 판매점. / 사진 = 김용수 인턴기자

기자가 매장에 들어서자 마치 오랜만에 고객을 맞이하는 듯 직원 여러 명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는 모습을 보인 매장도 있었다. 집객 행사 여부를 묻자 판매점의 한 직원은 “평소 같으면 4~5월에 이사나 혼수 고객을 대상으로 프로모션을 진행하거나 여름 시즌에 대비한 에어컨 행사를 진행했을 것”이라면서 “다만 지금은 코로나19가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가전 유통업체는 오프라인 매장 내방객이 대폭 줄어든 것은 물론 대규모 집객 행사와 같은 마케팅 활동도 어려워졌다. 그러나 공기청정기·살균소독기·의류관리기 등 청정 가전에 대한 수요는 오히려 늘어난 분위기다. 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감과 함께 건강관리 가전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커졌다.

한 직원은 “공기청정기는 그래도 많이들 보러 오신다. 아무래도 코로나19에 대한 일종의 공포감이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판매점 직원은 “의류관리기 등 청정 가전에 대한 수요는 여전하다. 건강관리가 일종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것이 아닐까 싶다. 이는 코로나19 이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감 확산과 함께 건강을 관리하고자 하는 소비심리를 청정 가전 인기의 원인으로 꼽았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공기청정기와 살균소독기 판매량 증가는 최근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공포감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 공포 마케팅에 대한 얘기도 있지만 그런 차원을 넘어서 국민들이 코로나19로부터 스스로의 건강을 지키려는 심리가 주 원인”이라며 “최근 마스크 대란에서 보듯이 국민들이 국가의 수요공급 관리 시스템이 미흡하다는 점과 국가가 개인의 건강과 안전을 제대로 지켜줄 수 없다는 점을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고 원인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특히 살균소독기 수요 증가는 마스크와 연관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마스크를 하루에 한 장씩 교체해야 하는데 공급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 소비자 불안이 가중된 상태”라면서 “마스크를 소독할 수 있는 살균소독기에 대한 수요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가전 유통업계에선 봄철 특수 대신 정부의 ‘고효율 가전제품 구매환급’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큰 분위기다. 최근 정부는 코로나19 여파로 위축된 소비심리를 회복하고자 고효율 가전제품을 구매할 경우 구매비용의 10%(1인당 30만원 한도)를 환급하는 사업을 새로 마련했다. 특히 이번 사업은 지난해 300억원 규모였던 것에 비해 10배 늘어난 3000억원 규모다. 이달 말에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가전 유통업계 관계자는 “예전에 시행됐을 때도 시즌과 맞물려 매출 신장에 도움을 많이 받은 정책이다. 코로나19로 구매를 망설이던 대기수요층이 정책 영향을 받아 가전제품을 교체할 가능성이 있어 업계에선 사업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해당 사업과 관련해 내부적으로 프로모션 계획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김치냉장고 시즌에 진행했었는데 가전 유통업계에선 긍정적인 반응이었고, 추가 판촉을 얹어서 실제 판매량도 늘어났다. 올해도 시행된다면 가전 유통업체로선 반가운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다만 아직 (사업의) 정확한 규모 및 시기가 확정되지 않아 구체적인 판매 전략은 세우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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