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발표 후 2일 만에 자금 지원 의사 밝혀
이상직 전 이스타항공 회장 입김 작용 의혹···文 정부 핵심 인물
진에어, 국토부 제재 1년 반 넘게 지속되며 제주항공과 상반된 모습

/사진=조현경 디자이너
/ 사진=조현경 디자이너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1, 2위를 다투는 제주항공과 진에어를 두고 정부의 온도 차가 뚜렷하다. 제주항공에는 따뜻한 손길을, 진에어에는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제주항공은 지난 2일 이스타항공 인수를 결정했다. 이스타항공 주식 497만1000주, 지분 51.17%를 545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합병 발표 이후 우려의 목소리도 컸다. 이스타항공은 최근 계속된 경영난으로 지난 2018년 말 기준 자본잠식률이 48%에 달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자본 전액 잠식 상태에 빠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스타항공의 재무구조가 악화된 가운데 제주항공도 최근 항공업 침체로 인해 현금성 자산 대부분이 소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제주항공은 올해 1월 말 기준으로 현금 및 현금성 자산 약 1500억원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으나, 1분기 말 기준으로는 현금이 대부분 소진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가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정부는 곧바로 지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인수 결정 이후 불과 이틀 만이다. 지난 4일 산업은행은 LCC 금융 지원 간담회를 열고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와 관련해 인수자금 지원 요청이 있으면 내부 절차에 따라 지원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이스타항공 전 회장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전주을 예비후보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상직 전 회장은 2007년 이스타항공을 설립했으며, 지난 대선 때는 문재인 후보 캠프 직능본부 수석본부장으로 활동했다. 이후 현 정부에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직을 지냈으며 이번 총선에 출마를 준비 중이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디자이너’란 슬로건을 앞세우는 등 현 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해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 사위가 이스타항공과 합작을 추진하는 '타이 이스타제트'에 특혜 취업한 의혹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산업의 경우 정부의 힘이 막강하다”며 “항공기 도입, 신규 노선 취항, 운수권 배정 등 산업 핵심을 국토부가 모두 결정하기 때문에 정부와의 관계를 신경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진에어, 정부에 미운 털 박혀···국토부 갑질 논란

반면 국토부는 진에어에 대해 1년 반 넘게 제재를 풀어주지 않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 2018년 8월 조현민 전 진에어 부사장의 ‘물컵 갑질’ 논란으로 인해 진에어에 대해 신규 노선 허가 제한, 신규 항공기 등록 및 부정기편 운항허가 제한 등을 취하기로 결정했다.

제재 해제는 진에어가 청문 과정에서 제출한 ‘항공법령 위반 재발방지 및 경영문화 개선 대책’이 충분히 이행돼 경영행태가 정상화됐다고 판단되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진에어는 국토부에서 요구하는 모든 사항을 이행했으나 여전히 국토부는 제재를 해제하지 않고 있다. 지난 3일 열린 국토부와 항공사 사장단 면담에서도 진에어에 대한 제재 해제는 언급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제재가 장기화되면서 진에어는 지난 2018년 영업이익이 629억원으로 전년 대비 35% 줄어들었으며 지난해에는 491억원의 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업계에서는 진에어 제재 장기화가 각종 갑질 논란을 일으킨 한진그룹 총수 일가와 정부 사이의 관계 때문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국토부는 진에어 제재 해제를 위한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으나, 조현민 전 부사장이 한진칼 전무로 경영에 복귀하면서 제재 해제가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그룹 일가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을 시작으로 각종 갑질 논란에 휘말리며 오너 일가에 대한 횡령·배임·탈세 조사로까지 번지게 됐다. 그 결과 오너 일가는 2018년에만 11개 수사기관으로부터 18번이 넘는 압수수색을 받는 등 현 정부에 미운 털이 박히게 됐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진에어는 제재 해제 요건이 충족됐는데 명확한 답변도 없이 제재를 이어가는 것은 사실상 국토부의 갑질”이라며 “당장 코로나19로 인해 전체 항공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진에어는 국토부 제재까지 겹쳐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진에어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창사 이래 첫 무급휴직을 실시하고, 순환휴직까지 시행하고 있다”며 “빠른 시일 안에 제재가 해제되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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