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사회적 책임 요소 반영 한계점 있어 
일부 기업 ESG등급 포기해버리면 도입 취지 무색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ESG 평가 방식과 국민연금이 이를 활용하는 방안 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셔터스톡
ESG 평가 방식과 국민연금이 이를 활용하는 방안 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셔터스톡

국민연금이 ESG(Environmental‧Social‧Governance)를 통한 평가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놨지만 평가 방식과 국민연금이 이를 활용하는 방안 등과 관련해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함께 나오고 있다. 

6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올해부터 기금운용원칙에 ‘지속가능성 항목’을 추가했다. 기존 5가지 원칙인 수익성과 안정성, 공공성, 유동성, 운용 독립성에 이어 지속가능성을 추가해 비재무적 성과를 함께 고려하겠다는 취지다.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 등의 요소를 고려해 투자자산의 지속 가능성을 제고한다는 것이 해당 항목의 골자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기금 전체 자산에 ESG를 고려하는 책임투자를 도입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연금이 나서면서 다른 기관투자자들의 책임투자도 늘어나면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 부문에서 역량을 갖춘 ‘착한 기업’에 대한 투자가 늘 것이라는 생각이다. 

현재 국내 ESG 정보공개 대상 기업은 시가 총액 2조원 이상 규모인 곳에 해당한다. 지난해부터 해당 기업들은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의무적으로 공시하고 있다. 보고서를 활용해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써스틴베스트, 대신경제연구소 등 평가기관 3곳이 ESG 등급을 산정, 정보를 공개한다. 현재 국민연금이 ESG 등급 관련 정보를 받는 곳은 대신경제연구소다. 기본적인 평가 사항에 대해서는 공개되나 구체적인 등급 산정까지는 대외비로 진행된다. 

일각에선 이 같은 ESG 평가방식이 현재로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평가 기관들에 따르면, 업종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ESG 등급 산정에서 지배구조 가중치가 높게 반영된다. 환경이나 사회적 책임에 관한 요소는 중요도가 다소 뒤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코로나19 확산으로 기업들의 기부 행렬이 이어지고 있지만 일회성 행사로 여겨져 ESG 등급에 반영될 확률은 낮다. 

기업이 환경에 관련된 정보를 밝히기 꺼리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한 ESG 평가 기관의 관계자는 “녹색기업과 같은 특수한 곳을 제외하고는 환경에 관한 정보를 공개할 의무가 없어 전체 기업을 대상으로는 환경 지표를 정확히 평가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며 “기업들이 환경 관련 정보를 측정하는데 비용이 들기 때문에 법적 의무가 없는데 구체적인 정보요청을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ESG 등급 산정 자체가 한계점을 갖는데다 국민연금이 이를 활용하는 방식 또한 책임투자에 대한 목표를 무색하게 한다는 비판도 있다. 국민연금기금운영위원회는 지난해 11월29일 ‘국민연금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을 발표해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 하락 위험에 노출돼 개선이 어렵다고 판단되거나 개선되지 않는 경우 제한적으로 ‘네거티브 스크리닝’ 전략 실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상황이 열악한 기업들이 ESG 등급을 잘 받는 길을 아예 포기해버리는 경우도 생각해야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ESG등급을 C 이하로 받는기업들이 국민연금 투자에서 제외된다면, 해당 기업들은 그 상황을 계속해서 유지할 것이란 지적이다. 국민연금이 투자를 거두면 기업으로서는 당장 상황이 악화되지만, 다른 투자처를 찾게 된다면 기업 내 성별 다양성 제고 같은 의무를 아예 저버릴 수 있다는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김우찬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국민연금이 ESG 등급을 이용할 것이라면 상황이 열악한 기업에 오히려 투자를 하고 적극적인 개입으로 주총에 의견을 행사해서 기업이 실질적인 개선이 있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라며 “ESG 등급으로 기업 투자를 제외하거나 포함하는 것은 연기금 포트폴리오 다양성을 축소해 수익성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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