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네트웍스, 코람코-현대오일뱅크 컨소시엄에 직영주유소 매각 이사회 의결
“주유소는 자리싸움···300곳 요지 점한 현대오일뱅크, 향후 사업활용도 관심”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주유소업계 2위가 바뀐다. 현대오일뱅크가 GS칼텍스를 제치고 SK에너지에 이어 업계 2위로 뛰어 올랐다. SK네트웍스가 운영하던 SK주유소 300여 곳의 영업권을 손에 쥐었기 때문이다.

최근 SK네트웍스는 코람코자산신탁-현대오일뱅크 컨소시엄과 체결한 매각계약과 관련해 이사회의 승인을 얻어냈다. 이로써 현재 SK네트웍스 직영주유소들은 ‘붉은색’ SK 간판을 내려놓고 ‘푸른색’ 현대오일뱅크 간판으로 바꿔달게 된다.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합의대로 코람코가 부동산 자산을, 현대오일뱅크가 영업관련 유형 자산을 양수한다.

컨소시엄 측이 지불할 총 매매대금은 1조3321억원이다. SK네트웍스가 매각을 추진할 당시 현대오일뱅크 외에도 복수의 기업들이 하마평에 올랐으나, 이 같은 높은 매매대금 때문에 선뜻 나서는 기업은 적었다. 특히 주유소 사업이 과거와 같이 높은 수익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만큼 투자대비 실익 또한 저조할 것으로 판단한 기업들도 있었다.

현대오일뱅크의 판단은 달랐다. 업계는 SK에너지·GS칼텍스 등과는 다른 입장차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주유소는 자리싸움”이라면서 “선제적으로 시장에 진입한 SK가 상당수 요지를 선점한 가운데, 후발주자들이 인근의 차선지역을 점해 주유소 영업을 시작한 경우가 대부분이다”고 시사했다.

SK에너지의 경우 선제적 요지를 차지한 상황에서 무리한 투자를 지양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GS칼텍스는 기존 SK주유소 인근에 위치한 경우가 많아 SK네트웍스 직영주유소를 인수하게 될 경우 중복투자 우려가 커 인수전에 뛰어들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 관계자는 “현대오일뱅크는 이들 두 회사보다 불리한 지점의 주유소를 보유한 까닭에 SK네트웍스가 운영하던 SK주유소를 상당히 매력적으로 느꼈을 수 있다”며 “주유소 업계가 전기·수소 등의 충전소 확대를 추진하고 유외(油外)사업에 힘을 쏟고 있는 만큼 300여개의 요지를 차지한 현대오일뱅크가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가 관건이다”고 진단했다.

한편, 업계는 이번 인수가 업계 전반에 끼칠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2·3위 순위가 바뀌긴 했지만 이 역시 격차가 크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한다는 견해도 있었다. 석유화학 사업 전반이 다운사이클로 접어든 상황에서, 성숙을 넘어 포화단계에 다다른 주유소 업계의 변화가 끼칠 영향력이 적다는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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