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명대에서 400명대로 감소하다가 다시 6일 500명대 기록···대구 신천지 교인 조사 마무리 여파
전문가 “3월 말 이후 정점 예상, 타 지역도 봐야”···정부도 신중한 입장

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온 노인복지시설인 경북 봉화 푸른요양원에서 방역 담당 직원이 소독작업에 나서고 있다. 봉화군은 푸른요양원 입소자와 종사자 112명 검체를 의뢰한 결과, 34명이 확진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온 노인복지시설인 경북 봉화 푸른요양원에서 방역 담당 직원이 소독작업에 나서고 있다. 봉화군은 푸른요양원 입소자와 종사자 112명 검체를 의뢰한 결과, 34명이 확진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 사진=연합뉴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증가폭이 다소 둔화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성급하게 확산의 정점이 보인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몇 백명 단위의 확진자 증가 숫자는 무의미하며, 확산의 정점은 아직 멀었다고 강조한다. 정부도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6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2일 코로나19 확진자가 전날보다 686명이 늘어났다. 이어 3일에는 600명, 4일에는 516명, 5일에는 438명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고 800명대까지 치솟았던 하루 확진자 증가 인원이 일단 지난 5일에는 400명대까지 내려간 것이다. 이 집계는 모두 당일 오전 0시를 기준으로 했다.

단, 6일 오전 0시를 기준으로 한 집계에서는 확진자 증가 인원이 518명으로 다시 늘어났다. 400명대까지 내려간 추가 확진자가 500명대로 올라선 것이다. 참고로 6일 오후 4시 기준 확진자는 오전 0시 대비 309명 증가했다.

당초 지난 5일 집계까지 코로나19 확진자가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자 대구지역 신천지 교인 조사가 마무리된 것에 따른 효과로 분석됐다. 실제 정부는 대구지역 신천지 교인 9000여명 중 기침과 발열 등이 있는 유증상자 1300여명에 대한 검체 채취를 지난달 27일 완료했다. 하지만 이후 이들 검사 결과가 반영되면서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매일 확진자 증가 숫자보다는 다른 상황을 체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병율 차의과학대학교 보건산업대학원장(전 질병관리본부장)은 “아직은 상황을 계속 관찰해야 한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전 원장은 “지난 2월18일 코로나19 31번 환자가 발표된 이후 18일 동안 그 전파 속도가 매우 빠르게 진행됐다”면서 “현재도 집단감염만 확인됐을 뿐, 개인감염은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JP모건이 나름대로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합리적으로 분석한 정점 예상치가 이달 20일경인데, 개인적으로는 코로나19 확산의 정점을 3월 말 정도로 본다”고 강조했다.  

엄중식 가천대학교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확진자 증가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해당 환자들 증상이 언제 시작됐는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엄 교수는 “코로나19 확진 여부 검사나 검체 채취가 일정 기간에 몰릴 수가 있어 확진자 숫자에 대해 평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대구와 경북 지역은 이번 주말 이후 확진자 증가 숫자가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이고, 다른 지역은 늘어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엄 교수는 “당초 JP모건이 오는 20일경으로 정점을 예상한 것은 방역이 예상대로 잘 진행된 것을 전제조건으로 했다”며 “오히려 국내 전문가들은 대유행이 진행될 경우 오는 6월이나 7월에 정점을 맞을지 모른다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만약 신천지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현재 국내 상황이 유럽 정도 수준일 텐데 신천지로 인해 판단이 어렵게 됐다”면서도 “방역 등이 예상대로 진행된다면 오는 4월 초순이나 중순쯤 정점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일별 확진자 추이는 큰 의미가 없다”면서 “신천지 교인 대상 조사가 마무리 수준이어서 며칠 확진자 증가세가 약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천 교수는 “환자와 간호사 등 8명이 확진된 분당제생병원이나 일부 폐쇄된 은평성모병원 등이 우려스럽다”면서 “요양사와 간병인 등에 대한 코로나19 조사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 전파는 향후에도 계속될 것”이라며 “확산의 정점은 4월 이후가 될 것이며, 이달 하순으로 예정된 초·중·고교 개학 후의 상황이 변수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정부도 향후 코로나19의 확진자 증가와 감소 여부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은 6일 “향후 전망에 대해 섣부른 판단을 하기에는 매우 이른 시간”이라며 “대구 신천지 신도에 대한 조사와 검사가 거의 마무리되고 있지만, 이들에 의한 2, 3차 감염도 예상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전국 각지에서, 특히 경북에서 소규모 집단감염이 계속 나타나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현재 주춤해 보이는 상황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현실이 힘들어 코로나19 확산이 신속하게 정점을 찍고 마무리되기를 희망하는 민심을 이해한다”면서 “하지만 전문가들의 언급대로 최소한 이달 말까지 상황을 지켜봐야 정점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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