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 속도 탓에 車 운전자 진로 방해하는 전동킥보드···인도와 자전거 도로 넘나들며 보행자와 이용자 안전 위협
업계 및 전문가 “도로교통법 개정 비롯해 퍼스널 모빌리티 산업 다룰 총괄 기구 필요”

6일 오후 신사역 인근 가로수길에 주차된 전동킥보드의 모습 / 사진=황정원 기자
6일 오후 신사역 인근 가로수길에 주차된 전동킥보드. / 사진=황정원 기자

전동킥보드 시장이 성장하면서 교통 편의성이 늘어났지만, 보행자와 이용자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현행법상 전동킥보드는 도로에서만 달려야 하지만 시속 25km 미만인 제한 속도 탓에 자동차 운전자는 물론 이용자마저도 사고 위험에 놓여있다.

이에 스타트업계와 전문가들은 전동킥보드가 자전거도로를 달릴 수 있도록 법안을 개정하고, 전동킥보드를 비롯한 퍼스널 모빌리티(개인 이동수단) 전반을 총괄하는 부처 신설과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서울지방경찰청이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킥보드 운행 사고는 2017년 46건에서 2018년 93건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서울 지역에서 발생한 사고는 2017년 29건, 2018년 50건으로 전국 킥보드 사고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도로교통법상 전동킥보드는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된다. 오토바이 등 이륜자동차와 같은 범주에 속한다. 인도나 자전거 도로로는 다닐 수 없고 안전모를 착용한 상태에서 차도로만 달려야 한다. 원동기 면허를 소지한 만 16세 이상이나 2종 소형 운전면허를 가진 만 18세 이상만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전동킥보드는 자전거 도로는 물론 인도까지 넘나들며 달리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법체계가 현실과 괴리된 탓이다. 차도의 경우 시속 25km 이하로 제한된 주행 속도 탓에 자동차 운전자의 진로를 방해할 수 있다. 한 운전자는 “밤에 운전할 때 전동킥보드는 마치 ‘스텔스’ 같아 보이지 않아 사고가 날 뻔한 적이 많다”라고 말했다.

전동킥보드 이용자도 점멸등이나 사이드미러가 없어 사고 위험에 흔히 노출된다. 특히, 도로 위 과속방지턱은 전동킥보드 이용자의 안전을 크게 위협한다. 전동킥보드 이용자들이 인도와 자전거도로를 넘나들며 주행하는 이유다.

이로 인해 전동킥보드 모빌리티 업계는 자전거 도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도로교통법 일부개정안’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해당 법안은 전동킥보드를 자전거의 일종으로 규정해 자전거 도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업계는 개정안 통과 시 이용자 및 보행자 안전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2017년 윤재옥 의원이 해당 법안을 발의한 이후 지금까지 계류 중인 상태다.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팀장은 “우선 개정안이 통과돼 사실상 오토바이로 취급되는 전동킥보드 등 퍼스널 모빌리티 정의가 바뀌어야 안전 대책 등 실효성 있는 논의가 이어질 수 있다”면서 “하지만 정부는 물론, 국회도 의지가 없어 법 통과에 회의적인 상태다”고 말했다.

다만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국내 자전거 도로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아 인도 운행 관련 사고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법상 인도 운행이 불법임에도 처벌받은 사례가 적어 안전 확보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하다. 인도와 자전거도로 운행 적발 시 도로교통법상 범칙금을 4만원만 내면 되고 안전모 미착용 적발 시에도 범칙금이 2만원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지자체는 단속 권한이 없고, 경찰 단속도 미비한 실정이다. 적지 않은 보행자들이 개정안 통과 이후에도 전동킥보드와 부딪칠 위험이 높다.

전문가들은 도로교통법 개정안 통과를 시작으로 단편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모빌리티 산업 전반을 종합해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차두원 한국인사이트연구소 박사는 “개정안이 통과돼도 자전거도로가 협소할뿐더러 많지 않기 때문에 제3의 도로를 만드는 등 도로교통체계 전반을 바꿔야 한다”면서 “퍼스널 모빌리티 문제가 결국 사람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정부 기관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동킥보드 등 퍼스널 모빌리티 사고율은 늘어가는데 담당 부서도 명확하지 않고, 관련 제도도 미비한 상태”라면서 “지금과 같이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해법을 제시하는 주먹구구식이 아니라 전동킥보드, 전동휠, 전기자전거 등 퍼스널 모빌리티 전반을 포괄하는 관련 기관을 신설하고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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