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소비심리 위축···면세업계 매출 반 토막
매장 매출 0인 곳이 대부분···“사드 때보다 상황 심각”

서울 중구 시내면세점 모습. / 사진=한다원 기자
서울 중구 시내면세점 모습. / 사진=한다원 기자

“고객보다 직원이 더 많아요. 요즘엔 매장 지키다가 퇴근해요.”

코로나19가 전국 곳곳에 확산하면서 면세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소비자들이 집 밖으로 나오지 않으면서 여행 소비가 주저앉아 자연스레 면세업계가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이다. 매출 역시 반 토막 났다. 내국인 일반 소비자는 물론, 업계 매출을 견인하는 중국인 보따리상(代工·대리구매상)의 발길도 끊겨 면세업계는 한파를 맞았다.

기자가 둘러본 서울 시내면세점은 한산하다 못해 썰렁했다. 평소에는 명동역이나 을지로입구역 인근에서 캐리어를 끌고 발걸음을 옮기는 외국인 관광객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자취를 감췄다.

기자는 지난 5일과 6일 이틀에 걸쳐 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시내면세점 롯데·신세계 두 곳을 방문했다. 명동은 관광특수거리로 유명한 만큼,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던 곳이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달랐다. 이날 면세점에는 마스크를 낀 직원들만 우두커니 매장을 지키고 있었다. 간간이 보이는 고객들은 매장 곳곳에 비치된 손소독제를 수시로 바르며 눈으로만 구경하기 바빴다.

면세점에서 7년째 근무 중인 이경은(28)씨는 “매출이 0원인 날이 대부분”이라며 “온라인 매출도 끊겼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고객들의 소비 패턴은 사실 시내면세점에서 둘러보고 온라인 면세점에서 구매하는 것인데, 올해는 온·오프라인 모두 매출이 하락세”라면서 “매장에 손님이 오지 않으니 매출에 대한 기대도 접었다”고 하소연했다.

서울 중구 시내면세점 모습. / 사진=한다원 기자
서울 중구 시내면세점 모습. / 사진=한다원 기자

또 다른 면세점 직원은 “사실 3월부터는 방학 시즌이 끝나 고객들의 방문이 뜸한 시기이긴 한데 그럼에도 없어도 너무 없다”면서 “요즘은 매장을 지키다가 퇴근하는 게 일상”이라고 말했다.

한 차례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가면 바로 휴업조치를 취해 왔던 면세점은 출입자 관리도 철저하게 했다. 이날 기자가 찾은 롯데·신세계 등 시내면세점 대부분에서 열화상 카메라로 모든 출입자의 체온을 확인했다. 층마다 손소독제를 비치했고, 마스크를 끼지 않은 고객들에겐 마스크까지 제공해 방역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었다.

시내면세점에 고객들이 가장 붐비는 시간대는 점심시간 전후(11~13시)와 직장인들의 퇴근시간(17~19시)이다. 다만 올해는 코로나19 탓에 단축 영업을 함으로써 시간 특수는 누리지 못하고 있다. 

실제 기자가 지난 5일 오후 5시께 시내면세점을 둘러본 결과, 전 층을 합해도 손님은 10명 이내였다. 아예 손님이 없어 기자가 유일한 손님이었던 층도 있었다.

상황이 이러하자 면세업계는 영업시간을 2~3시간씩 단축하는 ‘단축 영업’ 카드를 꺼내들었다. 직원들과 고객의 건강을 위한 결정이라고 하지만 고정비용이라도 줄여보자는 의도로 풀이된다. 업계는 “코로나19 탓에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관광객이 줄어들고 내국인들의 소비심리가 위축된 점을 고려하면, 업계는 한·중 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때보다 타격이 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서울 중구 시내면세점 모습. / 사진=한다원 기자
서울 중구 시내면세점 모습. / 사진=한다원 기자

면세점 직원 김시연(44)씨는 “사드 때도 매출 타격이 있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였다”면서 “매장에 한 사람도 보기 힘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고객들의 소비심리 자체가 위축돼 매출이 하락하고 있는 만큼, 단축 영업이 가장 현실적인 조치”라면서 “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현재로선 장기화될 조짐이 있어 전반적인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부가 최근 내놓은 인천국제공항 ‘임대료 인하’ 대책도 실효성이 없어 논란이다. 대기업·중견은 배제하고 중소기업으로만 그 범위를 한정해 정부의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 임대료의 90% 이상을 부담하는 롯데·신라·신세계는 물론 중견 기업인 SM면세점과 엔타스듀티프리도 임대료 감면 대상에서 제외됐다. 대기업 면세점은 현재 비상 상황이라고 호소한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면세사업을 시작한 이래 최대 위기”라면서 “시내면세점은 물론 공항면세점도 타격이 커 영업 단축까지 하고 있는데 정부는 대기업이란 이유로 지원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책이 일괄 적용되지 않는다면 대기업·중견 면세점 역시 계속적으로 적자 운영을 할 수 밖에 없다”면서 “잠시나마 임대료를 매출액에 맞춰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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