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B투자증권 주가 1년 새 35% 가량 하락
실적은 사상 최대

이병철 KTB투자증권 부회장이 KTB투자증권의 주가 하락에 난감한 상황에 빠지고 있다. KTB투자증권의 경영권 확보 과정에서 대규모 주식담보대출을 일으켰는데, 주가 하락에 담보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까닭이다. 게다가 당시 이 부회장이 끌어들인 중국계 자본도 주가 하락에 따라 평가 손실이 발생하면서 곤란한 상황에 놓였다. 

결국 회사 가치를 높여 주가를 끌어올릴 필요가 있는데 녹록지 않다. 증권업황 부진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탓에 투자 심리 마저 얼어붙고 있는 상태다. KTB투자증권 과거 발행한 1000억원 규모 우선주 상환 문제도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어 기업 가치 향상에 발목을 잡고 있다. 

◇ 속절없는 주가 하락, 이병철 부회장 부담도 높아져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전날 ‘주식등의대량보유상황보고서’ 공시를 통해 주식담보대출 계약을 연장 및 변경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2월 25일 본인 소유 KTB투자증권 820만주를 담보로 NH농협은행으로부터 129억원을 빌렸는데, 이달 2일 계약을 통해서는 960만주를 담보로 119억원을 차입했다. 일부 자금을 상환했지만 나머지 차입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담보로 설정한 주식 수를 늘린 것이다.

이 부회장의 주식담보대출은 권성문 전 KTB투자증권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부터 시작됐다. 이 부회장은 2016년 9월 유진투자증권을 통해 100억원대 자금을 마련한 것을 처음으로 계약 연장과 상환, 차환 등을 통해 현재까지 이어졌다. 이렇게 차입한 자금은 지분 확보와 권 전 회장의 지분 매입에 대부분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KTB투자증권의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이 부회장의 부담이 커지게 됐다. KTB투자증권의 주가는 지난 2일 종가 기준 2075원으로 지난해 2월 25일 종가 3230원 대비 35% 하락했다. 이 부회장이 보유한 지분 가치가 떨어짐에 따라 담보로 설정한 주식 수를 늘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에 이 부회장의 담보비율도 높아졌는데, 이번에 담보로 설정한 960만주는 이 회장 보유 주식수(1409만3905주)의 68.1%에 해당한다. 만일 KTB투자증권의 주가가 더 떨어진다면 내년 계약 연장 시 이는 더 큰 폭으로 증가할 수 있다.

KTB투자증권의 주가는 지난 2일 종가 기준 2075원으로 지난해 2월 25일 종가 3230원 대비 35% 하락했다. / 그래프=시사저널e.
KTB투자증권의 주가는 지난 2일 종가 기준 2075원으로 지난해 2월 25일 종가 3230원 대비 35% 하락했다. / 그래프=시사저널e.

주가 하락에 따른 부담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 부회장이 권 전 회장의 지분을 사들일 때 끌어들인 중국 자본도 평가손실에 놓인 까닭이다. 당시 이 부회장은 권 전 회장의 지분(1324만4956주) 중 일부에 대해 중국 판하이홀딩스그룹의 엠파이어오션인베스트먼트(Empire Ocean Investments Limited)(602만5378주)와 중국 쥐런그룹의 알파프론티어(Alpha Frontier Limited)(300만9673주)를 매수인으로 지정했다. 이들이 해당 주식을 주당 5000원으로 사들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절반 넘게 손실을 보고 있는 셈이다. 

◇ 기업가치 증대가 답···부정적인 내외부 환경 해결해야

이 부회장이 한숨을 돌리기 위해선 결국 주가가 다시 상승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상황이 쉽지만은 않다. 우선 코로나19 탓에 투자 심리가 급격하게 얼어붙은 상태다. 여기에 증권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고 경기 침체와 정부 규제에 따라 올해 증권업황 부진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전날 국제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한국 증권 산업의 리스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증권 산업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KTB투자증권만 놓고보더라도 상황이 마냥 밝지만은 않다. 특히 KTB투자증권은 2008년 발행한 1000억원대 우선주 문제를 좀처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KTB투자증권은 우선주 발행 조건에 따라 연 9%의 이자를 지급하고 있는데 이 비용만 연간 90억원 수준이다. 게다가 KTB투자증권이 상환기간(발행일로부터 20년) 만료시까지 상환하지 않으면 상환권이 소멸돼 영구 우선주로 남게 된다.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있어 중요 해결 과제인 것이다.

지난해 IB(투자은행) 부문과 자회사의 호실적으로 사상 최대인 500억원대 순이익을 기록한 것은 그나마 긍정적인 부분이다. 그러나 이 역시도 올해 업황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라는 점, KTB투자증권이 힘주고 있는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가 정부 규제 리스크에 놓였다는 점 등은 올해 실적 개선을 불투명하게 하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KTB투자증권의 주가를 띄우기 위해 경영자의 주식 매입, KTB네트워크의 상장 시도 등이 있었지만 주가는 반등하지 못하면서 주주들을 실망케 했다”며 “발목을 잡고 있는 우선주 문제 해결과 함께 본업에서 남다른 성장을 보일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배당과 같은 주주친화정책도 나와야 한다”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