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독반, ‘신천지 은신처’ 찾아 이리저리···‘주민 자극 할까’ 되레 걱정도

 

긴 머리는 하나로 묶었다. 그나마 대충 맨 듯 드문드문 삐져나온 머리카락이 헝클어져 있다. 마스크에 가려 반쯤 드러낸 얼굴은 화장기가 없다. 그는 35년 동안 일한 보건직 공무원이다. 

지난달 27일 고양시 덕양구보건소에서 우연히 기자와 만난 이진남 건강생활지원센터고양팀장. 그는 지난 1월 20일 국내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뒤 한시도 긴장감을 늦출 수가 없었다. 이런 긴장감을 지닌 채 벌써 40일째로 접어들었다. 

이 팀장은 코로나19 사태 후, 본래 업무를 뒤로 미룬 채 방역관리팀 소속으로 배치돼 바이러스 살균소독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그는 사무실 근무를 병행하면서 팀원들과 현장에서 휴대용 초미립자 살균기를 직접 들고 소독업무를 한다. 

매시간 살균‧소독 대상지도 바뀌고, 갑자기 시간도 변경되는 어수선한 상황이 반복돼서인지 잠시 기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그의 얼굴은 다소 빨갛게 상기돼 있었고 말은 빨랐다. 그에게 ‘힘들다’는 이야기를 기대했지만 그의 답은 달랐다. 

 

“내가 싫다고 하면 다른 누가 하겠어요. (보건소) 직원 중에도 기저질환이 있으면 현장 근무가 어렵죠. 그렇다고 반드시 해야 할 일을 (남한테) 미룰 수 없잖아요. (내가 됐든) 누군가는 얼른 해야죠.”

◇‘코로나19 흔적’ 찾아 주변 소독···현장서 만난 시민 안심시키기도

같은날 오후 4시 무렵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 덕양구청 정문에서 불과 100미터도 안 떨어진 A복합상가시설. 지상 11층 규모의 이 대형 건물에는 코로나19 감염 확진자를 다수 배출한 ‘신천지예수교’(일명 신천지)가 운영하는 교회와 부속시설이 입주해 있다.

이날 덕양구보건소 소독반원들과 취재진이 A건물을 찾았을 때, 1층 엘리베이터 옆에는 빌딩 관리실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안내문이 붙여져 있었다. 

“○○빌딩 신천지교회 신도분은 당분간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진정시까지 건물 출입을 통제하오니 적극 협조해주시길 바랍니다.”

실제 이 건물 층별 안내판에는 7~10층에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시몬지파 △△시온교회’가 적혀 있었다. 이 시설은 이미 폐쇄돼 있었다. 하지만 층별 안내판에 적혀 있지 않은 신천지 관련 또 다른 시설물이 들어서 있는 것으로 관계 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취재진이 A빌딩 3층으로 올라가 긴 복도를 따라 걸어가 건물 깊숙한 곳에 다다르자, ‘□□□문화센터’라는 조그만 표지판이 보였다. 신천지교회 흔적은 보이지 않았지만, 이미 경기도지사 명의로 ‘시설폐쇄’ 경고장이 붙여져 있었다. 

현장에 출동한 덕양구보건소 소독반원들은 건물 1층 입구에서부터 휴대용 초미립자 소독장비를 이용해 엘리베이터와 3층 복도 등을 추가 방역했다.

소독반을 관리하는 이진남 팀장은 “살균소독 작업 현장에 나가면 ‘우리 동네도 확진자가 나왔느냐’, ‘신천지 교회가 여기 있느냐’고 묻는 이들이 자주 있다”면서 “소독 자체도 중요하지만 주민들의 불안감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차분히 응대를 하며 안심을 시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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