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학교 개학에 이어 어린이집 휴원도 연장···‘여직원 비율 52%’ 은행권 직격타
교대근무 및 돌봄휴가 권장 등 조치···현장 직원 “여전히 눈치 보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5일 전국 어린이집 휴원기간을 오는 22일까지 연장한다고 밝혔다./사진=연합뉴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5일 전국 어린이집 휴원기간을 오는 22일까지 연장한다고 밝혔다./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의 여파로 직장인 부모들의 육아 고민이 깊어지는 가운데 국내 은행들도 대응책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성직원의 비율이 높은 업계 특성상 상대적으로 많은 내부 구성원들이 정부의 학교 개학 연기 조치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직원들의 육아부담 경감을 위해 돌봄 휴가 장려와 교대 근무 등 다양한 방안을 시행하고 있지만 문제 해결에는 다소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는 보다 적극적인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실행이 쉽지 않아 은행들의 고민이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5일 전국 어린이집 휴원기간을 오는 22일까지 연장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일 교육부가 유치원 및 초·중·고등학교의 개학을 2주 추가로 연기한데 이어 어린이집까지 모두 장기간 문을 닫게 되자 맞벌이를 하고 있는 직장인 부모들의 육아부담도 더욱 커지게 됐다.

특히 은행권의 경우 업계 특성상 다른 업종에 비해 여성 직원의 비율이 높아 그 파장이 더욱 크게 다가올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여성직원의 비율이 높을 경우 해당 회사의 구성원들이 맞벌이 가정을 꾸리고 있을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말 기준 4대 시중은행(신한, KB국민, 하나, 우리)의 총 여직원 수는 3만956명으로 남직원(2만9105명)보다 1851명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직원 중 여직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51.54%에 달한다. 은행 별로는 하나은행이 58.68%로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으며 우리은행(53.37%)과 국민은행(49.91%), 신한은행(45.02%)이 그 뒤를 이었다. 이는 삼성전자(26.06%)나 현대자동차(5.37%), SK하이닉스(36.38%), LG전자(13.25) 등 주요 대기업들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다.

자료=각 사/표=이다인 디자이너
자료=각 사/표=이다인 디자이너

이에 개별 은행들도 하나 둘 직원들의 육아부담 경감을 위한 대책들을 마련하고 있다. 우선 국민은행은 자녀를 돌봐야 하는 직원들이 가족돌봄휴가를 사용하도록 적극 장려하고 있으며 돌봄휴가 10일을 모두 사용한 후에도 별도의 휴가를 개인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초등학교 입학 예정 자녀를 둔 직원들은 개학일로부터 4주간 1시간씩 단축 근무를 할 수 있도록 했다.

하나은행의 경우 각 부·점장의 판단 하에 상황에 맞게 교대근무(휴가활용, 업무단위별 교대출근)를 활용하도록 하고 있으며 초등학교 입학 자녀를 둔 직원들은 신청자에 한해 근무시간을 1시간 단축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은행 역시 자녀돌봄이 필요한 직원들에 대해서 우선적으로 가족돌봄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으며 시차출퇴근제를 활용해 자녀돌봄 고충을 경감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들의 이러한 조치들에 불구하고 현장 직원들의 육아공백 우려는 해소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시중은행에 재직 중인 직원은 “가족돌봄휴가 사용을 권장한다고는 하지만 주변의 눈치를 전혀 보지 않고 사용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며 “지점별로 상황이 다르겠지만 같은 영업점에 육아를 하고 있는 직원이 별로 없을 경우 홀로 휴가를 사용하기에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은행 차원에서 보다 강제성이 있는 조치들을 취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일반 소매 고객의 경우 영업점 방문이 확실히 줄었지만 기업 고객 관련 업무는 그대로”라며 “오히려 소호(SOHO) 대출 분야는 평소보다 더욱 업무량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간 자리를 비우는 게 부담이 되는 사람들도 많다”고 지적했다.

은행 차원에서 추가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기도 쉽지않은 상황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영업점 별로 모두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인 대책을 내놓기 쉽지 않다”며 “부서장이나 지점장에게 최대한 재량권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조정을 해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