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지역 어르신 현장 판매 발품···겨울 추위에 3시간 기다리기도

5일 서울 관악구 신림역 부근 약국에서는 공적 마스크 판매 시간을 공지하고 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5일 서울 관악구 신림역 부근 약국에서는 공적 마스크 판매 시간을 공지하고 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지난 4일 경남의 한 군 소재지에 거주하는 A씨는 영하의 추위에도 밖에서 3시간을 떨어야 했다. 공적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서다. 이 군 내의 농협하나로마트에서는 배부표가 아침 일찍 마감됐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이른 새벽부터 줄을 서서 대기하는 바람에 A씨는 약국으로 향해야 했다. 이날 약국에서 5시부터 공적 마스크를 판매한다는 사실을 알고 A씨는 2시부터 줄을 섰다. 3시간을 기다려서 A씨는 겨우 마스크 3장을 구매할 수 있었다.

취재 결과 이 군내 약국에서는 대략 3매씩 20여 명에게 마스크를 판매하고 있었다. 60대인 A씨는 “공급량이 너무 적고 어르신들이 빠르게 줄을 서기 때문에 같이 서두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70~80대 어르신들이 3시간을 약국 밖에서 벌벌 떨면서 기다린다. 다리가 아프거나 허리가 아픈 어르신들은 약국 앞에 박스를 깔고 앉아서 기다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해당 지역은 지난달 26일까지만 해도 약국에서 쉽게 마스크를 구할 수 있었지만 가까운 지역에서 확진자 수가 급속히 늘면서 마스크 구하기가 어려워졌다.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마스크 착용이 보편화 됐지만, 마스크 구매에 대한 세대 간 정보 격차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장 판매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어르신들은 발품을 팔고 시간을 들여 마스크를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 야외에서 집단으로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면역력 저하와 감염 우려도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공적 마스크 판매 시작 시간은 큰 의미가 없었다. 마스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되면서 구매를 원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일찍 움직여 발품을 팔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 취득에 유리한 젊은 세대들은 온라인의 게릴라성 '마스크 딜'을 통해 비교적 수월하게 마스크를 구매하고 있다. 반면 정보력이 떨어지는 노년층 등은 시간과 체력을 더 많이 들여야 마스크를 구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 마저도 허탕을 치는 경우가 허다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자는 지난 5일 오후 2시 30분부터 3시 30분까지 1인 가구가 많이 거주하고 있는 신림역 주변 약국 15군데를 방문했다. 모든 약국 문에는 ‘마스크 품절’이라는 문구가 나붙어 있었다. 그러나 들어가서 물어보자 사정이 달랐다. 아직 오늘 물량이 들어오지 않은 곳, 정말로 완판된 곳, 심지어 어제 물량이 남은 곳도 있었다. 15군데에서 마스크는 단 1장만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약국에서 만난 한 어르신은 “어딜 가나 마스크가 없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마스크가 없느냐고 묻자 이 어르신은 “사실 집에 아직 쓸 만큼은 있지만 불안하다”고 말했다. 어르신과 함께 약국을 나가면서 옆 약국의 마스크 상황에 대해 묻자 이 어르신은 “아니. 가보나마나 없으니까 안 들어간다”고 답했다.

한 제조사의 마스크 판매는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서 이뤄지고 있다.  / 사진=해당 제조사 홈페이지 캡처
한 제조사의 마스크 판매는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서 이뤄지고 있다. / 사진=해당 제조사 홈페이지 캡처

반면 정보 공유가 빠른 이들은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방법을 택했다. 제조사별 판매 시작 시간에 대한 정보를 알아내서 성공하는 방법까지 공유했다. 예를 들어 주소지를 미리 등록하고, 결제 방법도 미리 등록하고, 품절 전에 상품을 미리 장바구니에 담아서 다음에 다시 구매하는 방법 등의 노하우를 나눴다.

한 제조사의 경우 사이트에서 마스크를 판매하지 않고 카카오톡 채널 추가를 통한 톡 스토어에서만 판매하고 있어 이 정보를 모르면 구매하기 힘들었다. 수요가 몰리면서 마스크가 상시 판매되지 않고 게릴라성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이런 정보를 얻는 것이 마스크 구매 성공으로 이어졌다.

특히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를 잘 다루는 이들은 해당 언어를 활용해 이런 게릴라성 판매에 대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마스크 구매가 어려워 다른 방법을 모색했다. 정전기 필터를 면 마스크에 부착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B씨는 “정전기 필터를 마스크에 부착하면 KF80 이상의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필터를 잔뜩 사둬서 마스크에 대한 걱정은 이제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보 획득에 유리한 계층이나 젊은 세대들은 온라인으로 구매하거나 다른 방법을 찾지만 정보력이 떨어지는 지역에 거주하는 계층이나 노년층은 현장 판매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정보 격차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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