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으로 여가시간 확대돼 취미 소비 늘어···재능 거래자 간 요구사항 최적화도 성장요인

사진=셔터스톡
/ 사진=셔터스톡

# 직장인 박성수(28)씨는 재능 공유 플랫폼 ‘숨고(숨은 고수)’를 통해 알게 된 미술전문가에게 주 2회 드로잉 수업을 받고 있다. 박씨는 “처음부터 미술을 배우겠다는 생각은 아니었고, 숨고에 다양한 취미 분야가 있어 그 중 흥미가 생기는 한 가지를 골라 시작했다”면서 “드로잉을 배우기 전에는 숨고를 통해 소개받은 보컬 트레이너에게 노래 수업을 받았다”고 말했다.

# 직장인 이은학(29·가명)씨는 크몽을 통해 회사 디자인 업무를 프리랜서에게 의뢰하고 있다. 이씨는 “많은 디자이너의 인력 정보를 포트폴리오를 통해 한 눈에 알 수 있고 업무에 필요한 인력을 그때그때 빠르게 구할 수 있어 자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크몽·숨고·탈잉 등 재능 공유 플랫폼이 인기다.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으로 여가시간이 확대돼 취미에 대한 소비가 늘고, 조건이 맞는 프리랜서에게 손쉽게 접근해 업무를 의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능 공유 플랫폼은 프리랜서의 재능 거래를 중개하는 스타트업이다. 주로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프리랜서나 소상공인들이 판매자 등록을 신청하면 플랫폼 측에서 경력과 자격증, 포트폴리오 등 전문성 확인을 거친 뒤 승인한다. 분야는 악기나 외국어 등 취미 생활에서부터 청소나 인테리어, 결혼 준비까지 다양하다. 아울러 전문가 매칭을 원하는 사람이 플랫폼 측에서 제시하는 기본 항목을 사전 작성해 견적서를 내놓으면 판매자들이 직접 의뢰하기도 한다.

성장률도 눈에 띈다. 숨고는 지난 2017년 63만 건이었던 판매자와 구매자 간 매칭 건수가 지난해 12월 1000만 건을 넘어서며 15배 가까이 늘었다. 크몽 역시 2016년 11월 기준 누적거래액이 100억원 수준이었던 것이 지난해 10월 1000억원을 달성했다. 현재 누적 회원 수는 80만명에 달한다.

이지혜 숨고 마케팅 총괄은 “재능 공유 플랫폼은 재능공유 목적의 개인과 전문 프리랜서, 전문성을 띤 전업 업체 및 소상공인이 중심인 서비스다”라면서 “목표는 프리랜서와 소상공인의 성공을 돕고 고객의 생활에 필요한 전문가를 쉽고 빠르게 연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용자들은 재능 판매자와 구매자 간 상호접근이 쉽다는 점을 큰 장점으로 꼽았다. 숨고를 이용 중인 박성수씨는 “직접 발품을 팔아 학원이나 선생님을 찾는 게 아닌, 기본 조건만 제시해 올려 두면 고수(재능 판매자) 측에서 먼저 연락이 와 자기계발 시작을 손쉽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주 52시간제 실시로 재능 공유 플랫폼이 성장했다고 보고 있다. 직장인들의 여가시간이 늘어나면서 취미 소비가 증가했고, 노동 시장이 유연화하면서 플랫폼을 이용하는 프리랜서 종사자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빅데이터 분석 기업 이노션 월드와이드가 발표한 ‘대한민국 직장인 여가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주 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된 직장인 500명 중 60%가 “올해 여가·휴식·취미활동에서 변화가 생겼다”고 답했다. 이들은 여가와 휴식 활동이 변화한 주된 이유로 ‘늘어난 시간’을 꼽았다.

숨고를 통해 직장인들에게 미술을 가르치는 김은주(28·가명)씨는 “원래 디자인 회사에 다니다 그만두고 지금은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다”면서 “2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직업군에 있는 분들을 대상으로 미술을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재능 공유 플랫폼들이 채택한 온디맨드 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 방식도 성장 요인으로 꼽힌다. 온디맨드 O2O서비스는 플랫폼 등 IT기술을 활용해 수요자와 공급자를 긴밀하게 연결해 사용자 요구에 따라 최적화된 상품과 서비스 거래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소비자들의 요구가 하나의 큰 범주에 따라 맞춰지는 것에 그쳤다면 지금은 IT기술의 발달로 소비자 개개인의 요구에 최적화된 1인 맞춤형 시대로 가고 있다”면서 “프리랜서 입장에선 굳이 직장을 다니지 않더라도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들이 원하는 재능을 제공할 수 있고, 소비자 입장에서도 자기가 배우고 싶거나 업무에 필요한 재능을 쉽게 찾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