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 이상 없지만 유통기한 임박했거나 포장 등 문제로 판매하기 힘든 제품, 최소 30%에서 70%까지 할인 판매
가성비로 소비자들 관심 커져···재고 상황 맞춰 올리는 탓에 점포마다 제품군 다르고 다양하지 않아

라스트오더 주문 방식. / 사진=라스트오더 캡처
라스트오더 주문 방식. / 사진=라스트오더 캡처

‘친환경’ 바람이 불고 있다. 친환경 트렌드에 맞춰 유통업계가 새롭게 주목하는 소비 행태가 있다. 바로 마감할인이다. 품질에는 크게 이상이 없지만 유통기한이 임박했거나 포장 등에 약간의 문제가 있어 판매하기 힘든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것이다. 편의점에서 ‘유통기한이 임박한 음식’을 저렴하게 판매하면 어떨까. 기자가 직접 체험해봤다.

편의점도 ‘유통기한 임박 제품’을 판매한다. 낯설지만 실제로 한다. 영세사업주를 중심으로 성행했던 마감할인이 유통업계까지 번진 것이다.

국내서 포문을 연 건 스타트업 미로다. 2018년 5월 라스트오더 앱을 론칭한 미로는 그해 11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올해 2월1일 업계 최초 시작했다.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현재까지 전체 점포의 80%인 8000여개 점포가 서비스 가입을 신청했고, 시작한지 한 달 만에 약 5만4000개에 달하는 상품이 판매됐다.

라스트오더는 식당·편의점·카페 등의 마감세일 제품을 판매하는 앱이다. 품질에는 문제가 없지만 당일 소진하지 못한 제품을 할인된 가격에 판다. 구매 가능한 시간과 제품은 그때그때 다르다. 점주가 재고 상황에 맞춰 판매하기 때문이다.

주문 방식은 간편했다. 라스트오더로 음식을 주문하면 매장에서 먹을지, 방문해서 포장해갈지 정할 수 있다. 보통 편의점은 방문해서 포장하는 선택지만 있다. 다만 마감 세일 상품이다 보니 환불은 되지 않는다.

메뉴를 고른 후 방문 시간을 정한다. 시간 설정은 10분 단위로 가능하고, 결제는 앱에서 신용카드 또는 휴대폰 소액결제로 이뤄진다. 결제를 마치면 해당 매장에서 주문을 접수했다는 알림이 온다.

기자는 5일 오전 11시44분, 바나나우유와 요거트 두 제품을 구매했다. 가격은 각각 980원에 추가 할인이 더해져 1176원을 결제했다. 정가인 2800원에서 1624원이나 할인된 가격이었다. 방문 수령 시간은 오후 1시로 설정했다.

해당 점포에 방문한 기자가 직원에게 “라스트오더로 주문했다”고 하자, 직원은 “내역 확인할게요”라면서 기자가 구매한 제품을 건넸다.

이날 기자는 이 점포에서 라스트오더로 주문한 4번째 손님이었다. 매장 직원은 “어떤 제품이냐에 따라 다른데 음료, 도시락 등이 가장 잘 팔린다”면서 “평균 하루에 6명정도, 최소 3명은라스트오더로 주문한다”고 말했다. 또 “라스트오더를 구매하러 왔다가 다른 제품도 함께 구매하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5일 기자가 구매한 제품. / 사진=한다원 기자
5일 기자가 구매한 제품. / 사진=한다원 기자

직원의 말은 사실이었다. 기자도 이날 라스트오더 앱에서 구매한 제품을 수령하면서 사탕을 추가 구매했다. 반드시 구매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제품을 수령하면서 자연스레 구매하게 됐다.

소비자들이 마감 임박한 음식을 구매하는 데는 무엇보다 경제적인 이익이 크다. 이날 기자가 2800원이었던 제품을 1176원에 산 것과 동일하다. 마감세일 제품은 정가의 최소 30%에서 최대 70%까지 할인된다. 품질, 위생 모두 양호했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제품이 생각보다 다양하지 않았다. 앞서 언급한대로 점주가 재고 상황에 맞춰 올리기 때문에 점포마다 제품군이 달랐다. 편의점은 우유·삼각김밥·편의점 도시락 등이 대부분이었고, 개인 카페에선 쿠키·커피류 등이었다.

특히 이달 1일부터 시작한 롯데백화점 푸드코트는 오후 6시 이후에만 구매 가능했다. 백화점 마감시간에 맞춰 남은 재고를 저렴하게 판매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의 반응은 좋은 편이다. 직장인 김아무개씨(27)는 “혼자 집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날에 애용한다”며 “매일 다른 제품이 올라오기 때문에 퇴근길에 습관적으로 들어가 확인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고아무개씨(30)는 “출근길에 편의점을 들리면 삼각김밥이나 요거트 등이 품절돼 있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 라스트오더로 주문하면 구매 가능하다”며 “저렴해서 좋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 먹거리의 마감 할인은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마감 할인 제품 판매로 장기적으로 고객 유치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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