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검, SNS로 양육비 지급 촉구한 A씨 벌금 200만원 약식기소
검찰 “비방 목적 인정되고 피해 확인···양육비 법안 고려해도 위법”
A씨 “욕설·비방 텍스트 없고 이미지만 사용···정식재판 청구할 것”

A씨가 자신의 SNS에 게재했다가 삭제한 양육비 지급 촉구 활동 이미지. / 사진=A씨 제공
A씨가 자신의 SNS에 게재했다가 삭제한 양육비 지급 촉구 활동 이미지. / 사진=A씨 제공

양육비를 받지 못한 피해자가 이혼 전 배우자의 신상을 공개했다는 이유로 또다시 재판에 넘겨졌다. 원인 제공자는 처벌할 수 없고, 이를 알린 피해자만 재판에 넘겨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대전지방검찰청은 지난달 28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A씨를 벌금 2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고등학생 두 아이를 외벌이로 키우고 있는 A씨는 이혼 전 배우자인 B씨가 이혼 조정조서에 따른 월 양육비 200만원씩 총 600만원을 주지 않자 B씨의 신상을 공개한 혐의를 받는다.

신상 공개 이후에도 B씨는 계속해 양육비를 주지 않았는데, A씨는 지인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B씨의 양육비 미지급 사실을 알리고 SNS에 양육비 촉구 이미지를 게재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A씨가 B씨를 비방할 목적이 인정된다고 결론 내렸다. 양육비 촉구 이미지에 ‘부끄럽지 않으세요?’라는 문구가 적힌 것을 두고 “비난조의 표현을 사용했다”고 봤다. 또 사업체를 운영하는 B씨가 이 사건 메시지로 파렴치한으로 간주돼 거래처와의 거래가 중단되는 등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검찰은 양육비 미지급에 대한 효과적 제재를 위해 국회에 형사처벌 신설, 신상 공개, 출국제한 등 여러 가지 법안이 계류 중인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A씨를 기소하는 게 맞는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검찰의 기소대로라면 형평성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혼 조정조서에 따라 마땅히 주어야 할 양육비를 주지 않은 가해자가 명예훼손 피해자가 되고, 양육비를 받지도 못하고 아이들의 양육한 피해자가 가해자로 뒤바뀌는 역설적인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A씨는 “B씨가 명예훼손으로 저를 고소한 직후 밀린 양육비를 주었는데, 그 당시 제가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면 지금까지도 양육비를 받지 못했을 것이다”며 “양육비 지급사항을 어긴 비양육자의 몰지각한 행동이 선행되지 않았다면 (그가) 배드파더스 사이트에 등재될 일도, 페이스북에 이미지가 실릴 일도 없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A씨는 또 자신이 지인들에게 보낸 메시지에는 B씨에 대한 욕설과 비방의 내용이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부끄럽지 않으세요?’라는 문구가 적힌 이미지 또한 배드파더스 사이트에서 제공한 기본 이미지를 사용한 것이어서 참작할 부분이 있다고도 했다.

그는 “B씨는 아이들의 생존과 양육에 대해서 아빠로서 책임감 있게 성찰했다면 양육비 미지급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며 “다시 한번 비양육자가 양육비를 주지 않게 된다면 똑같이 신상 공개를 할 것 같다.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할지는 몰라도 양육비는 받을 수 있을 테니까요”라고 했다.

배드파더스 활동가 구본창씨는 “양육비는 아이들의 생존권과 직결돼 있고, 이 생존권은 양육비를 주지 않은 무책한 부모의 개인적 명예보다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명예훼손 피해자가 양육비를 주지 않음으로써 문제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A씨는 법원이 검찰의 기소의견대로 벌금 200만원의 약식명령을 선고한다면, 정식 재판을 청구할 계획이다. 자신이 유죄 판결을 받게 된다면 양육비를 받지 못하고 있는 수많은 피해자의 양육비 지급 촉구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A씨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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