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안, 4일 국무회의 의결·5일 국회 제출···2월 임시국회 종료 전 처리 방침
野 중심 ‘강력한 행정력’ 발동 요구···靑 “중대본·軍 등 대책으로 충분히 대응”
추경안 처리 불투명·‘물리적 심의 시간’ 등 지적···발동 시 경제영향·총선 등 부담감도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대응으로 대통령의 '긴급재정명령' 발동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대응으로 대통령의 '긴급재정명령' 발동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에 대응으로 대통령의 ‘긴급재정명령’ 발동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이 오는 5일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지만, 추경안의 처리 여부와 시기 등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재정투입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다.

‘긴급재정명령’과 관련한 법적 근거는 헌법 제76조 제1항이다. 해당 조항에는 ‘대통령은 내우·외환·천재·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에 있어서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고 국회의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에 한하여 최소한으로 필요한 재정·경제상의 처분을 하거나 이에 관하여 법률의 효력을 가지는 명령을 발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또한 제2항에서는 ‘긴급명령’의 요건을 ‘대통령은 국가의 안위에 관계되는 중대한 교전상태에 있어서 국가를 보위하기 위하여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고 국회의 집회가 불가능한 때에 한하여 법률의 효력을 가지는 명령을 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좀처럼 억제되지 않고 있고, 이에 따라 확산지역을 중심으로 한 국내 경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만큼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 상황으로 인식하고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 ‘긴급재정명령’ 발동을 주장하는 이들의 주장이다.

아울러 ‘긴급명령’을 발동해 병리시설 확보, 의료인력·장비 집중 투입, 의료기관 병실·의료장비 확보 추가 지출 정부 선(先) 예산지원 후(後) 정산 등 강력한 행정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와 같은 주장은 미래한국당 등 야당과 대한의사협회 등이 중심이 돼 제기되고 있다.

미래한국당 우한 코로나19 대책 특별위원회와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3일 대한의사협회 사무실에서 간담회를 갖고 헌법·감염병 관리법상 대통령 긴급명령권 발동 등 내용을 포함한 공동 입장문을 발표한 바 있다. 현재 코로나19 사태를 ‘준전시상황’으로 규정하고, 코로나19의 확산 억제를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 입장문 내용의 주 골자다.

반면 청와대는 ‘긴급명령’은 물론 ‘긴급재정명령’을 검토할 시점이 아니라고 일축하고 있다. 야당이 ‘긴급명령’, ‘긴급재정명령’ 등의 발동을 촉구하며 요구하는 내용들은 이미 중앙방역대책본부 대책, 군 시설 지원 등으로 충분히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병상은 감염병예방법, 재난안전법 등에 근거해 광역자치단체장이 모든 의료기관을 ‘감염병관리기관’으로 지정해 확보할 수 있고, 중앙방역대책본부의 대책에 생활치료센터 확보 등 조치를 시작했기 때문에 ‘긴급명령’을 특별히 발동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또한 정부, 군, 지방자치단체 등이 병상 마련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야당이 요구하는 ‘긴급명령’ 발동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것이 청와대의 입장이다. 현재의 ‘코로나19 사태’가 ‘국가의 안위에 관계되는 중대한 교전상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이와 같은 입장을 밝히고 있는 만큼 ‘긴급명령’, ‘긴급재정명령’ 등이 발동될 가능성은 매우 낮은 상황이다. 다만 추경안의 처리 여부와 시기 등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정부는 4일 국무회의에서 총 11조7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의결했고, 오는 5일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추경안에는 음압병실·음압구급차와 검사·분석장비 확충 비용, 정부의 방역 조치 이행에 따른 의료기관 손실 보상과 경영 안정화를 위한 융자자금, 입원·격리자 생활지원비, 소상공인·중소기업 긴급경영안정자금 등이 담겼다.

국회는 ‘코로나19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해 정부의 추경안을 신속하게 심의·처리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2월 임시국회가 종료되는 오는 17일 이전까지 추경안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추경안 처리가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추경안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여야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구체적 사업 내용 등을 두고 대치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세수 부족을 메우는) 세입 경정까지 하겠다고 하는데, 절대 안 된다”며 “아무런 근거도 없이 세수를 부풀려놓고 이제 와서 세입 경정을 하겠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한 추경안에 대한 국회 심사 과정의 물리적 시간을 고려했을 때 효과가 미비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국회에 제출된 추경안은 정부의 시정연설, 12개 상임위원회의 예비심사,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 본회의 의결 등의 절차를 밟게 된다.

정부가 ‘코로나19 전쟁’의 승부처로 향후 2주를 꼽고 있는 상황에서 추경안 국회 처리 절차가 빨라도 향후 2주 정도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추경은 ‘늑장대응’이 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인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자 여권 일각에서도 ‘긴급재정명령’ 발동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나온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조차 지난달 25일 추경안의 국회 통과가 지체될 경우 ‘긴급재정명령’을 발동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다만 여권에서는 ‘긴급재정명령’ 발동은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대체적이다. ‘긴급재정명령’이 발동될 경우 시장에 좋지 않은 메시지를 줘 국민의 불안감이 커져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국내 경제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아울러 추경안 처리가 지체·불발된 상황에서 ‘추경 성격’의 ‘긴급재정명령’이 발동될 경우 야당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전망되고, 4·15총선을 약 1달 앞으로 남겨두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적 부담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국회는 오는 5일 정부가 제출할 예정인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심의 작업에 돌입한다. /사진=연합뉴스
국회는 오는 5일 정부가 제출할 예정인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심의 작업에 돌입한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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