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스타트업, 공교육시장 진입 사실상 불가능” 토로
전문가들 “현장의 자율권 보장해야···공교육 질적 성장 가능”

코로나19 여파로 에듀테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스타트업은 여전히 공교육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좋은 서비스를 개발해도 판매처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교육 현장에 자율권을 부여해 공교육시장 진입 장벽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교육부가 재택수업을 권고하면서 교육시장에서 에듀테크가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에듀테크란 교육(Education)과 기술(Technology)를 결합한 단어로서 빅데이터·인공지능(AI)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차세대 교육을 의미한다. 국내에서도 최근 몇 년 새 에듀테크 스타트업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교육시장에서 에듀테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 사진 = 셔터스톡
코로나19 여파로 교육시장에서 에듀테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 사진=셔터스톡

하지만 스타트업의 공교육시장 진입은 여전히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에듀테크 스타트업이 시장에 진입하려면 공교육용 콘텐츠를 조달청에 등록해야 하는데 실적과 연매출 등 일정 성과를 충족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은 매출보다 투자로 성장하는 특성으을 갖고 있기 때문에 현행 기준을 충족하기 힘들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에듀테크 스타트업 클래스팅 관계자는 “공교육은 시장 자체가 없다고 보면 된다. 최근 출시한 인공지능 기반 학습 서비스가 유일한 유료 서비스인데 대상이 전국 200개 학교뿐이어서 시장 규모가 크지 않다”며 “공교육시장 판로가 확대돼야 더 많은 스타트업이 뛰어들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에듀테크 스타트업의 공교육시장 진입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경직되고 획일화된 시장구조를 뽑았다.

이지은 한양사이버대학교 경영정보학과 교수는 공교육이 획일화된 하나의 거대 시장으로 존재하는 탓에 공급자도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 공교육의 키를 쥐고 있는 것은 단연 교육부”라며 “교육부가 검증·선택한 학습 자원을 톱다운 방식으로 학교에 배포함으로써 안정성은 보장되지만 학교와 학생 수준에 따른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고 혁신적인 기술이나 콘텐츠를 교육 현장에 반영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태인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이러닝학과 교수는 “교육부가 학교나 교사들을 믿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직 예산 활용 권한을 학교에 넘기는 것은 이르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며 “일선 현장에서 원하는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는 교육청에서 일괄 구매·배포하는 방식이다. 그렇지 않아도 스타트업이 학교와 접촉하기가 쉽지 않은데 접촉이 이뤄져도 교육청에 납품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학교와 교사 등 교육 현장에서 직접 에듀테크 서비스를 선택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예산 자율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교육시장 판로가 확대되면 결과적으로 교육 현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견해도 나왔다.

이 교수는 “학교에 필요한 콘텐츠와 시스템은 학교와 교사가 가장 잘 알고 있다”며 “교육의 다양성을 보장하고 에듀테크 산업을 활성화하려면 필요한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학교에 자율권과 예산을 부여하고 시장에 다양한 공급자들이 들어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연욱 한양사이버대학교 교육공학과 교수는 “하나의 콘셉트를 하나의 콘텐츠에 담는 ‘마이크로러닝’은 세계적인 추세다. 양질의 첨단 마이크로러닝 콘텐츠는 기존 기업보다 스타트업들이 더 잘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를 교사들이 바로 활용한다면 시너지 효과가 나겠지만 우리나라 교육계 풍토에선 불가능에 가깝다. 마이크로러닝을 도입하면 학습 효과가 몇 배로 커져 입시에도 도움이 될 것이기에 전향적인 사고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는 에듀테크 산업계의 의견은 인지하고 있지만 전적으로 수용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에듀테크 산업계에서 별도의 예산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별도 예산을 편성할 경우 학교를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현장의 의견도 있어서 전면 도입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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