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코로나19로 국제선 비운항 및 감편 비중 70% 넘어
대한항공은 ‘유럽·미주’, 아시아나는 ‘중국’ 등 핵심 노선 줄어 수익 악화 예상
경영권 분쟁·HDC 매각 등 앞두고 남 몰래 ‘끙끙’

양사 국제선 비운항 및 감편 현황(취항 도시 기준)./사진=조현경 디자이너
양사 국제선 비운항 및 감편 현황(취항 도시 기준). / 사진=조현경 디자이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인한 최악의 경영환경 속에서 하소연조차 제대로 못 하는 상황이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에 가려져 있으나 두 항공사도 대다수 국제선 운항을 줄이면서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해외에 취항한 114개 도시 중 84개 도시, 아시아나는 64개 도시 중 51개 도시에 대한 운항을 중단하거나 감편했다. 비운항하거나 감편한 도시의 비중은 대한항공은 73%, 아시아나는 79%에 달한다.

특히 대한항공은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미주와 유럽 노선 취항이 멈추며 타격이 커질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미주 20개 노선 중 13개 노선을 조정한다. 유럽 노선은 파리와 암스테르담을 제외한 12개 노선 모두 비운항 또는 감편한다.

아시아나의 경우 중국 노선 비중이 34%에 달하는데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중국 노선은 26개 노선 중 단 2곳만 정상 운영하고 있다.

상황은 점점 악화되고 있으나 두 항공사는 정부에 지원 요청도 하지 못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17일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저비용항공사(LCC)들에 대해 3000억원의 긴급 융자 지원 및 공항시설 사용료 납부 유예 등 지원책을 내놓았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빠져 있었다. 이후 국토부는 지난 3일 긴급히 국내 모든 항공사 사장단을 불러 추가 지원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지난달 27일 LCC 사장단은 공동건의문을 발표하고 정부에 조건 없는 금융 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LCC업계가 대다수 노선의 운항을 중단하고 무급휴직, 임금 삭감 등을 진행 중이라 정부 도움이 간절하다는 내용이다.

◇ 대한항공, KCGI ‘꼬투리’···아시아나, HDC ‘눈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어려움을 호소하지 못하고 있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대한항공은 한진그룹 경영권을 놓고 다툼 중인 KCGI에게 괜한 꼬투리를 잡힐까봐 우려하고 있으며, 아시아나는 HDC현대산업개발과의 매각작업을 앞두고 불리한 여론을 확산시키지 않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최근 KCGI·조현아·반도건설 3자 연합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은 서로 한진칼 지분 매입에 나서고 있어 경영권 분쟁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주주 명부 폐쇄(지난해 12월26일) 이후 추가로 매입한 지분은 이번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갖지 못한다. 그럼에도 양측이 지분을 매입하는 것은 이후 임시주총이나 내년 주총까지 염두에 둔 행동으로 풀이된다.

양측 간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한진그룹 입장에서는 이번 사태로 인한 피해가 향후 KCGI에게 공격의 빌미를 줄 수 있다.

KCGI는 지난달 기자회견을 열고 한진그룹 경영진을 질책하며, 대한항공의 실적을 이유로 들었다. 강성부 KCGI 대표는 “대한항공은 글로벌 항공사 대비 부채비율은 높고 수익은 낮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한진그룹은 “부채비율이 올라간 것은 리스 회계 기준 변경 및 환율 상승에 따른 것으로 환율 효과를 제외하면 순차입금은 수천억원 감소한다”고 반박했다.

아시아나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침체가 오는 4월 예정된 HDC산업개발의 인수 마무리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될까 염려하는 모습이다. HDC 측은 아시아나 인수를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나, 아시아나 내부에서는 실적 악화로 인해 인수 과정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아시아나의 한 승무원은 “최근 운항 노선도 줄고 여기저기 구조조정 이야기가 들리면서 인수가 불발될까 걱정된다”며 “직원들 사이에서도 갈수록 불안감이 커지고 있어, 빠른 시일 내에 인수가 마무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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