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유명인, 코로나19 기부 추세···당연시 하거나 금액 적다며 힐난하는 무리들도 눈에 띄어

‘연탄재 함부로 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안도현 시인의 시 ‘너에게 묻는다’의 유명한 구절이다. 가정용 난방연료로서 연탄의 수요가 줄어듦에 따라, 골목 어귀에서 함부로 연탄에 발길질하는 모습을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어졌지만 해당 시구(詩句)가 갖는 힘은 여전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의 확산으로 사회적 혼란이 증폭되는 시기다. 이 같은 위기의 순간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수준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세계가 극찬할만한 의료수준을 선보였다. 물론 감염자 확산을 막는 데 다소 미흡했던, 아쉬운 수준도 있었다. 이 같은 우리 수준의 단면들 중 온정의 손길을 향한 ‘악플’ 세례도 눈에 띈다.

이번 코로나19 확산이 대구·경북지역, 폐쇄적 특성을 지닌 신천지 내부에서 대대적으로 확산된 탓에 이곳을 중심으로 의료인력 및 자원이 턱 없이 모자랐다. 이에 주요 대기업들을 시작으로 연예인·스포츠스타 등 유명인들의 기부가 화재거리가 되며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게 되고, 기부행렬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이 과정에서 특정 기업 혹은 특정인의 기부금을 문제 삼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기업들의 기부에 대해 누군가는 “대기업이니까”라며 당연시했다. 이정도 규모의 회사에서 이것밖에 하지 않느냐고 비아냥대는 이들도 있었다. 이들은 특정인의 기부에 대해서도 비슷한 잣대를 적용했다.

그들 모두는 익명의 그림자 뒤에 숨어 비난했다. 공개적으로 힐난한 이는 전무했다. 조건 없는 기부는 공동체를 위한 헌신이다. 기부에 대한 평가는 칭찬뿐이다. 물론 평가자에 따라 칭찬하지 않아도 좋다. 다만 기부 자체에 대한 비난은 틀렸다. 생각이 다르다는 개념은 이에 적용되지 않는다. 박수를 치지 않아도 좋지만, 야유를 보내선 안 된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비판 아닌 비난이 계속되고 있다. 누군가의 기준인지, 어떤 기준인지는 모르겠다. 숨어서 힐난하는 그들은 자신들의 성에 차지 않는 기부에 대해서 기업이든 개인이든 관계없이 모두를 수전노로 쏘아붙였다. 특정 지역·집단 중심의 갑작스럽고 대대적인 바이러스 확산으로, 물자가 부족한 이들에 소중하게 쓰일 기부는 그렇게 폄하됐다.

사실 대기업과 연예인들은 칭찬받기 힘든 집단이자 개인이다.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평소 이미지를 어떻게 쌓아왔는지에 따라 평가가 엇갈리기도 한다. 세상 모든 행동에는 장·단점이 있다. 이미지를 토대로 누군가는 장점에 초점을 맞추고, 또 다른 편에선 단점에 초점을 맞춰 비판하기도 한다.

기부는 이 범주 밖이다. 당연한 일도 아니다. 누군가가 기부를 선택했다면, 응당 응원만 해야 한다. 우리 사회의 따뜻한 온기로 태운 연탄재를 함부로 발로 차버린, 당신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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