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발 입국자에 조치 취한 국가 및 지역 89곳

코로나19 여파로 한국인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국가나 지역이 늘어난 가운데 지난 2일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항공기들이 멈춰 서 있다. /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여파로 한국인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국가나 지역이 늘어난 가운데 지난 2일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항공기들이 멈춰 서 있다. / 사진=연합뉴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한국인에 대한 입국을 제한하는 등 이른바 ‘코리아 포비아’(한국 공포증)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에 대한 한국의 방역 및 체계적인 의료 대응 상황을 알려야 코리아 포비아 현상이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3일 오후 3시 기준 외교부 재외국민안전과에 따르면 코로나19로 한국발 입국자에 대한 입국금지 조치를 내린 국가 및 지역은 37개에 달한다. 아시아, 미주, 유럽, 중동, 아프리카 등 전 세계적으로 이런 조치를 내리고 있다. 한국발 입국자에 대한 격리 조치를 시행하고 있는 국가 및 지역은 22개, 검역강화 및 권고 사항 등을 제시한 국가 및 지역은 30개다.

한국인 또는 한국발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격리, 검역 강화 조치를 한 국가 및 지역은 모두 89곳이다. 지난주 초만 해도 18곳에 불과했지만 일주일 사이 5배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한국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대륙 전반에 걸쳐서 한국발 입국자를 기피하고 있다. 중동에서는 한국인에 대한 차별과 멸시가 심해 거리를 돌아다니기도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태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해외문화홍보원이 지난 2일부터 코로나19 관련 정부 정례 브리핑을 실시간 영어 통역으로 내보내기 시작했다. 정부는 외교부를 통해 한국 코로나 19 방역 및 의료 대응 상황을 주한 외교관들에게 상세 설명하고 해외 언론 등도 실시간으로 참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실시간 영어 통역 서비스를 시작했다.

영어 통역 제공 협력 방송사는 '아리랑TV'다. 이들은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의 코로나19 관련 정례브리핑을 영어로 통역해 실시간 제공한다. 매일 오전 11시와 오후 2시 두 차례 코리아넷과 아리랑TV 유튜브를 통해 해당 내용을 내보내고 있다. 해당 서비스는 코로나19 종식 때까지 계속 제공될 예정이다.

이 서비스가 제공되기 시작한 2일 시민단체인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직무유기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 단체는 고발장에서 강 장관에 대해 “우리나라가 메르스사태 이후 바이러스 대응에 대한 풍부한 경험, 국민의 절대적 호응과 예방수칙 준수, 우수한 의료진과 하루 1만명이 넘는 빠르고 수준 높은 검사, 정부의 매뉴얼과 대응, 신속한 언론보도 등으로 확진자가 빠르게 늘었지만 빠른 검사에 의한 치료로 확산 방지 및 진정되고 있는데 이 점을 외국에 알리기보다는 안일한 태도와 조치와 대처로 전 세계인에게 대한민국 대구, 신천지 교회가 코로나19의 진원지로 착각하게끔 유도한 책임을 묻는다”고 밝혔다.

또 박 장관에 대해서는 “정부의 정책과 코로나19 대응에 엇박자를 내고 가짜뉴스를 생성하면서 예상 수칙을 잘 지키며 극장에서 영화보고 공연장도 찾고 외식하라고 권유해 국민들에게 혼란을 줬다”고 지적했다.

서민민생대책위는 조만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고발할 예정이다. 김순환 서민민생대책위원회 사무총장은 “불량 마스크가 판매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며 “관리감독 부실 및 직무유기에 대한 책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고발 조치가 행해지고 나서야 정부가 영어로 정례브리핑을 통역하기 시작했다”면서 “정부에서는 우리나라 상황에 대해 정확하게 설명해서 알릴 의무가 있다. 그래야 코리아 포비아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줄어드는 것이 코리아 포비아를 막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전문가들은 감염병 특성 상 확진자 수가 엄청난 공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도 우리나라의 대처 방법을 강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만흠 정치평론가는 “BTS에 이어 기생충까지 4관왕을 달성하면서 절정으로 올라가려는 순간에 코로나19가 터져서 안타깝다”고 운을 뗀 뒤 “코리아 포비아를 막기 위해서는 코로나19에 대한 조치나 과정이 잘 이뤄졌다는 다른 나라의 평가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평론가는 “특히 명확한 전염 과정이 밝혀지지 않은 31번 환자를 비롯해서 정부가 좀 더 투명한 감염 경로를 공개해서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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