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이후 매년 당기순이익 급감···빅3 중 유독 심해
수입보험료 감소 등 영업력 약화 지속
영업 환경 악화에 뾰족한 답 찾기도 어려워

서울 여의도의 한화생명 본사. / 사진=연합뉴스

한화그룹 금융 계열사의 중심인 한화생명이 사상 최악의 위기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최저금리로 인한 보험사들의 경영난이 커지고 있다지만 한화생명이 받아든 지난해 성적표는 생명보험업계 빅3 중에서도 유독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업황은 계속 좋지 못한 가운데 핵심인 보험 영업 분야에서도 실적을 제대로 못 내고 있어 마땅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 매년 어닝쇼크···불황이라지만 빅3 중에서도 유독 심해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며 한화생명은 빅3 가운데 지난해 순익 감소율이 가장 높았다. 지난해 한화생명의 당기순이익은 1146억4200만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68.09% 감소했다. 한 해 동안 3000억원 이상 순익이 줄어든 셈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 당시의 당기순익 830억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1394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2018년에는 영업이익으로 2952억원을 벌어들였는데 불과 1년 만에 영업이익이 4346억원 감소한 것이다.

한화생명의 당기순이익 감소는 4년 전인 2016년부터 시작됐다. 2016년 당기순이익은 8451억원이었으나 2017년 6887억원, 2018년 4465억원, 2019년 1146억원을 기록하며 매해 급감했다.

순익 감소가 최저금리라는 업계 전반의 상황에 따른 것이라고 해도 한화생명의 순익 감소는 빅3 중에서 가장 심했다. 삼성생명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조516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9.3% 감소했지만 이는 직전 사업연도 당시 삼성전자 지분 매각이익의 영향 탓이었다. 2018년 발생한 삼성전자 지분 매각이익 등 일회성 요인을 제외하면 지난해 순이익은 오히려 659억원 증가한다. 교보생명은 아직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전년에 비해 선방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3분기까지 당기순이익이 689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20.75%로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생보업계 빅3 당기순이익 비교 그래프. / 사진=조현경 디자이너

◇본업인 보험 영업 난항 ‘어쩌나’

순익 감소는 영업력 저하로 인해 나타났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한화생명의 수입보험료는 11조403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1% 감소했다. 한화생명의 수입보험료는 당기순이익과 마찬가지로 매년 감소하고 있다. 2016년 11월 수입보험료는 12조9553억원, 2017년 11월 12조16억원, 2018년 11월 11조8808억원, 2019년 11월 11조4034억원으로 3년째 수입보험료가 줄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삼성생명의 수입보험료는 22조4238억원으로 1년 전보다 1.44% 증가했다. 교보생명은 같은 기간 수입보험료가 2.9% 감소한 10조3882억원을 기록했지만 감소폭은 한화생명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한화생명의 신계약 건수도 경쟁사들에 비해 크게 늘어나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한화생명의 신계약 누적 규모는 22조5135억원으로 1년 전보다 3.26% 감소했다. 같은 기간 삼성생명과 교보생명도 각각 3.82%, 3.38% 줄어들었다. 하지만 신계약 누적 건수로 보면 한화생명의 신계약은 1년 동안 10만7261건 늘어난 반면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은 각각 19만1958건, 19만6026건 늘어나 한화생명보다 2배가량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한화생명의 지난 4년 간의 당기순이익과 수입보험료 실적 추이. / 사진=시사저널e

◇“저금리로 인한 순익 감소···보장성 상품 판매는 늘어”

지난해 어닝쇼크 실적과 관련해 한화생명 측은 저금리로 인한 변액보증준비금 적립 등으로 당기순이익이 감소했다는 입장을 보인다. 하지만 업계에선 올해 코로나19 이슈로 금리 상승 기대감마저 사라지고 있어 한화생명의 실적이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동사(한화생명)의 강점이기도 한 위험손해율은 업계 전반적으로 손해액청구가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82.5%로 선전했다. 하지만 금리하락으로 인한 변액보증준비금 적립액이 4분기에만 3000억원 가량 발생했다”며 “최선을 다해도 환경이 녹록치 않은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한화생명은 최근 핵심 재무지표인 EV지표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2009년부터 매년 발표해 오던 EV지표를 발표하지 않자 보험 계약과 관련한 현금 흐름에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EV지표가 장기 상품인 보험 특성을 반영해 계약 체결 이후에도 현금 흐름이 꾸준히 발생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인 만큼 문제가 없다면 공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한화생명 측에서 이 지표가 현 시점에선 회사의 왜곡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보고 비공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EV지표로 인해 왜곡된 평가를 줄 수 있고 회사의 가치를 설명하는 데 알맞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새로운 지표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변액보증준비금으로 인해 순익이 준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이익이 되는 보장성 상품은 크게 늘어났다. 다만 과거에 판매한 고이율 상품들로 인해 이익이 줄어들었지만 신계약 등 보험 본연의 업무는 양호한 편이라고 판단한다. 기본적으로 금리가 낮은 상황에서도 최악의 상황은 아닌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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