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율 “경증환자는 대형 시설에서 치료해야”···엄중식 “경증과 중증 환자 분류 엄격히”
천은미 “지자체별 생활치료시설에서 순환 시스템 운영해야”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출근하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출근하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국내 코로나19 환자가 5000명에 육박했다. 이에 전문가들도 향후 ‘1만명 환자’를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들은 현재 가용한 모든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3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현재 코로나19 환자는 총 5186명이다. 이 같은 수치는 이날 오전 0시 대비 환자 374명이 추가 확인된 데 따른 것이다.

당초 제이피모건이 지난달 하순 한국에서 3월20일경 코로나19가 정점을 찍고 확진자가 1만명을 돌파할 것이라고 추산했을 때에도 국내에서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최근 국내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이제는 대다수 감염병 전문가가 1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 돌파 시점도 당초 제이피모건이 예상한 오는 20일보다 더 이른 시점으로 관측한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제이피모건도 합리적이고 과학적 근거를 갖고 3월20일로 정점을 예상했겠지만 한국 입장에서는 중국의 코로나19 확산 과정을 토대로 1월 하순 첫 발병 이후 두 달간 1만명의 환자가 발생한다는 전망에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국내 1만명 코로나19 확진자 전망이 확산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현 시점에서 가동할 수 있는 모든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대비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전병율 차의과학대학교 보건산업대학원장(전 질병관리본부장)은 “(1만명 시대에 앞서) 코로나19 전시체계로 바꿔야 된다”고 강조했다. 전 원장은 구체적으로 “경증환자는 생활치료센터에서 담당하거나 체육관 같은 대형 시설에서 치료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시설에는 의사들이 상주해야 한다.

이 같은 시설에서 경증환자를 치료하는 것이 자가격리를 하는 것보다 낫다는 논리다. 그는 “대구와 경북 중증환자는 타 시도 병원이 수용해야 하는 등 환자들이 조기에 치료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엄중식 가천대학교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기존 취약한 진료 시스템을 단기간에 바꿀 수는 없다”고 말했다. 엄 교수는 “환자들 자가격리가 어려우면 체육관이나 컨벤션센터 같은 시설도 좋다”며 “이런 시설은 공기 조절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환자 분류를 엄격하게 해서 젊고 기저질환이 없는 경증환자는 자가격리를 하고 고위험군 환자는 의료진이 의학적 관찰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유지하며 각종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엄 교수는 “이번 주가 지나면서 환자 증가폭이 다소 줄어들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희망적 예측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전국 각 지자체별로 생활치료시설을 만들어 경증환자는 3-4일간 집중 치료해 증상이 호전될 경우 퇴원시켜 지속적으로 순환하는 시스템을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중증환자는 기존 음압병상이나 일반 1인실에서 치료를 계속하는 것이 전제조건이다. 

천 교수는 “한정된 병상과 의료진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중국인 입국금지를 해서 방역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개인적으로 경증환자라도 일단 체육관 같은 대형 시설에서 의료진이 보는 가운데 치료를 받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면서 “전문가들이 개선을 요구하는 사항은 그만큼 현재 시스템에 문제가 많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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