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업체들의 마스크 ‘사재기·뻥튀기’가 품귀현상 만들어···정부 수급 정책으로 안정화 기다려야
“원래 마스크 수출업체가 아닌데, 갑자기 수출 문의가 오더라구요. 해외로 마스크 수출할 수 있냐고.”
취재 중 한 대구 수출업체 직원이 말했다. 이 직원은 대구에서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수출 유통을 도와주는 업무를 하고 있다. 직원은 2월부터 마스크 수출을 하지 않는 사장님들의 전화가 많이 온다고 설명했다. 한 중소기업 사장은 마스크를 100만개 정도 수출하고 싶다고 했는데, 중국인이 현금으로 돈을 미리 줬단다. 보건용 마스크 적정 가격인 한 장당 2000원에 팔았다 치더라도, 20억원을 받은 셈이다.
그러나 직원은 ‘(수출) 통관될지는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2월 초부터 수출 통관 검사가 꼼꼼해졌기 때문이다. 수출 물품은 수입과 다르게 비교적 통과가 힘들지 않았는데, 최근 들어 외국으로 마스크를 빼돌리려는 업체들이 많아진 탓에 수출 검사도 고되졌다. 미국, 중국에서는 하도 마스크를 비싸게 팔다보니 국내 물량까지 싸그리 가져가려는 브로커들이 많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마스크 대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기자도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애를 썼다. 약사 어머니를 둔 친구 덕에 겨우 5장 구했다. 사고 싶어도 물량이 나오질 않으니 애를 쓴 것이 사실이다.
마스크 대란을 만든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자본주의’다. 마스크 공장, 유통업체, 도매업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온라인 쇼핑몰, 마스크 사재기를 하는 일부 개인들이 만든 대란이다. 공장과 도매업체는 국내 업체들과 위약금을 물어서라도 해외에 마스크를 판매하기 위해 수를 쓰고, 유통업체는 더 비싸게 마스크를 팔기 위해 매점매석을 한다. SNS마켓이나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본인들이 구매한 마스크를 프리미엄을 붙여 판매한다.
이를 무조건 정부 탓으로 돌리는 여론이 있다. 가짜뉴스가 참 많다. ‘정부는 중국으로 마스크를 왜 보냈냐’는 말이 나올 것 같아서 언급하는데, 중국 우한 지역에 조달된 의료물품은 중국유학총교우회와 중국 우한대총동문회가 제공했다. 이외에도 민간단체가 우한 교민들을 위해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보냈다는 사실이 팩트다. 정부가 마스크를 구매해 보낸 것이 아니다.
기자에게 메일을 보내온 동대문 유통업체 대표는 “마스크 공장에서 계약서 위약금을 물어서라도 더 비싼 가격에 판매하겠다고 하더라. 1개당 단가 314원에 계약했지만 900원을 제시한 국내, 해외업체가 있으니 너네도 900원에 사라고 한다”며 “일부 쇼핑몰들도 우리같은 동매문 업체에서 마스크를 500장 정도 떼 가서 더 비싸게 판매하는 사례도 있더라. 엄중한 시국인데 한 탕하려는 업체들이 너무 많다”고 토로했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이들을 ‘미리’ 적발할 수는 없다. 봉이 김선달의 물 장사를 막을 수 있겠나. 정부에서도 매점매석이나 불법 마스크 판매업체들을 단속 중이다. 또 생산량 50%를 공적 마스크 판매로 돌렸다. 수급 정책이 연이어 쏟아지고 있으니 일단은 불법 업체들이 잡히고 시장이 안정화되길 바랄 뿐이다.
지난 2일 정부 제공 공적마스크를 2배 이상 비싸게 판 약국이 적발됐다. 부산에 있는 약국이었다. 마스크 물량이 없어, 혹은 마스크가 너무 비싸게 판매돼 공적 마스크가 마련됐다. 그러나 ‘마스크 뻥튀기 판매’를 하는 사람들은 다시 생겼다. 마스크 대란을 만든 것은 '양심 없는' 자본주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