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교회 인근 상권 불안감 고조···상인들 정부 초동 대처 실패 지적도

“신천지 교인 중 확진자가 우리 가게 다녀간 거로 밝혀질까 봐 걱정이다. 안 그래도 지난주 고객 발길이 뚝 끊겼는데 큰일이다.”

2일 오전 10시 경기도 과천 벽산상가에서 상인 A씨는 한숨을 내쉬며 이같이 말했다.

상가에서 의류 수선집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주는 단골 2팀을 제외하고 단 한 팀도 오지 않았다”며 “수원에서 출근해 오전 9시부터 저녁 8시까지 영업하는데 매출이 전혀 없어서 정말 망하게 생겼다. 작년 비슷한 시기와 비교하면 매출이 3분의 1로 줄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상가에서 하루 두 번 방역을 시행하고 있다”며 “지금 믿을 수 있는 건 방역뿐”이라고 덧붙였다.

기자와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침착히 의류 수선 작업을 진행하던 A씨였지만 정부의 코로나19 대처를 지적하며 몇 차례 흥분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신천지 교인들을 나무라고 싶은 마음은 없다”며 “문재인 정부의 대처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일 낮 12시 신천지 교회 인근 상권. 점심시간이었음에도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사진 = 김용수 인턴기자
2일 낮 12시 신천지 교회 인근 상권. 점심시간이었음에도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사진=김용수 인턴기자

이날 기자가 방문한 신천지 과천 본부 인근 상권은 여느 때와 다르게 한산했다. 신천지 교인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이어 나오는 가운데 지난 16일 신천지 과천본부에서 예배가 진행된 것으로 밝혀져 고객 발길이 끊겼기 때문이다.

과천시에 따르면 지난 16일 신천지 과천본부 예배에 참석한 과천 거주 신천지 교인은 이날 오후 1시 기준 1005명이다. 이 중 73명은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으며 능동감시 대상자는 446명이다. 신천지 교인을 대상으로 한 유증상자 파악에 속도가 붙으면서 3월 첫 주가 코로나19 확산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지난 24일 폐쇄된 벽산상가 5층 신천지 관련 시설. / 사진 = 김용수 인턴기자
지난 24일 폐쇄된 벽산상가 5층 신천지 관련 시설. / 사진=김용수 인턴기자

이에 따라 신천지 과천본부가 위치한 경기도 과천 상인들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확진자 방문 사실이 공개되면 영업 자체가 불가하지만 상인들은 확진자가 공개되기 전까지 영업장 방문 여부를 확인 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벽산상가에서 돈까스 전문점을 운영하는 B씨는 지난주 가게 문을 닫았다가 이날 다시 열었다. B씨는 “이곳 상권의 경우는 신천지 교인들도 식사하러 많이 방문하는 곳”이라며 “교인을 포함해 일반 시민들 발길도 끊겨 상권 자체가 죽었다. 점심시간에 회사원들 밥 먹으러도 안 나온다. 신천지 교인 중 확진자가 방문했다고 알려지면 다시 문 닫아야 할까봐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제일쇼핑 4층 신천지 과천총회 본부는 폐쇄된 상태다. / 사진 = 김용수 인턴기자
제일쇼핑 4층 신천지 과천총회 본부는 폐쇄된 상태다. / 사진=김용수 인턴기자

제일쇼핑 내 상인들도 같은 반응을 보였다. 제일쇼핑은 신천지 과천총회 본부가 있는 상가다. 이날 기자가 방문한 시간인 오후 2시, 지하 1층 식당가에서 족발집을 운영 중인 C씨는 홀로 허리를 숙인 채 밑반찬 재료를 손질하고 있었다.

코로나19 여파에 대한 기자의 물음에 그는 “이젠 힘들다는 말하기도 지겨울 정도”라며 “정부에서 초기에 (코로나19 감염 확산) 막았어야지, 매번 이번주가 고비라는 말 말고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꼬집었다.

C씨는 “정부가 잡지 못한 탓에 지금 상인들 피해가 너무 크다”며 “원래 10시까지 영업하는데 요즘은 장사도 안되고 무서워서 적어도 1~2시간은 일찍 문을 닫는다”고 전했다.

기자가 만난 상인들은 정부가 발표한 지원책에 부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A씨는 “모든 사람들에게 자금 지원을 해줄 것이 아니라 필요한 곳에 지원해야지, 나라 곳간 거덜 나게 생겼잖느냐”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직까지 정부 차원에서 피해규모를 조사하러 나온 적이 없다”며 “현장을 둘러보지 않아 현실성 없는 정책을 내놓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B씨는 “정부에서 지원은 해준다지만 조건이 까다로워 실제 지원을 받기 힘든 실효성 없는 정책”이라며 “과천상권 다 죽었는데 정부 차원에서 조사 나온 적이 없다”는 공통된 의견을 밝혔다. 이어 그는 “임대료 인하해주는 곳도 있다고 하지만 여긴 가게별로 임대료 납부 대상이 모두 달라서 임대료 인하도 강제할 수 없는 노릇”이라며 “그분들(임대업자) 사정도 있지 않느냐”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과천시청은 이날부터 지역 화폐 10% 특별 할인판매를 통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위축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밝혔다. 다만 현장 조사 등과 관련해서는 정부와 지자체의 지침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과천시청 관계자는 시사저널e와의 통화에서 “현장 조사 등은 중소벤처기업부나 경기도에서 지침이 내려와야 시행할 수 있는데, 아직 내려온 바가 없다”며 “먼저 선제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지침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현재는 상인회장들 통해 현장 분위기를 듣는 정도”라고 말했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현장에 나가 전수조사 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도 “현재 네 군데 정도 상담센터를 운영하며 유선상으로 소상공인 대상 피해상황을 접수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현장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있지 않다는 것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라면서도 “다만 경기도청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소상공인) 지원 방안을 홍보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