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층도 영업점 방문 안 해”
시중은행 인터넷·모바일뱅킹 이체건수 급증
“영업점 불필요 인식 커져 통폐합 빨라질 것”

지난달 2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수출입은행 본점 앞에서 은행 관계자가 마스크를 착용한 채 대화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수출입은행 본점 앞에서 은행 관계자가 마스크를 착용한 채 대화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으로 은행 영업점의 풍토도 바뀌고 있다. 사람들이 외출을 자제하면서 지점 방문보다는 인터넷·모바일뱅킹 등 비대면거래로 금융거래를 해결하는 분위기가 커진 것이다. 대구·경북 등 일부 지역 지점들은 영업시간을 단축하고 나섰다. 영업점 내 직원들도 마스크 착용만 아니라 장갑 착용 등으로 손님과의 대면 접촉을 최소화하고 있다. 

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지점 임시 폐쇄 등 대면거래가 줄어드는 대신 비대면거래가 부쩍 늘어나는 분위기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도로 증가한 지난달 16~22일 사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인터넷·모바일뱅킹 거래건수는 2774만8780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8.9%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민은행 인터넷·모바일뱅킹 이체건수는 전년보다 13.8%, 하나은행은 14.9% 늘어났다. 신한은행의 모바일뱅킹 ‘쏠(SOL)’을 이용한 거래는 전년 동기 대비 13.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시중은행 지점 관계자는 “지점을 방문하려는 고객이 크게 줄고 있다”며 “2월 중순부터는 중장년층의 지점 방문도 눈에 띄게 줄어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사람들이 대면거래를 위해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는 시간도 불안하게 느낀다”라며 “되도록 대면거래보다 비대면거래로 필요한 금융거래를 해결하려는 분위기가 갈수록 커질 것”라고 덧붙였다. 

특히 코로나19 확진자가 줄어들지 않자 영업시간을 단축하는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다. 국민은행, 농협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IBK기업은행, SC제일은행 등은 2일부터 대구·경북의 모든 영업점 영업시간을 오전 9시∼오후 4시에서 오전 9시30분∼오후 3시30분으로 단축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국민은행 월성동지점, 대구지점, 대구이시아폴리스지점은 기존 오전 10시∼오후 5시에서 오전 10시30분∼오후 4시30분으로 영업시간을 단축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고객들이 많이 줄어든데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방문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작용한 것”이라며 “직원들은 마스크 착용 뿐 아니라 장갑을 끼고 근무하는 직원도 있다. 손님들이 만진 지폐로 인한 질병 전파를 우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코로나19로 임시 폐점되는 지점들이 늘어나자 은행업계에선 올해 지점 통폐합이 더 빠르게 추진될 것이라 전망도 내놓는다. 코로나19로 비대면거래가 크게 증가하면서 효율적인 은행 경영을 위해서라도 이 기회에 불필요한 점포들을 정리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지난해까지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은행 등 국내 5대 은행에서 폐쇄된 지점은 총 77개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개 늘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코로나로 지점들이 줄줄이 폐점되면서 지점 운영이 불필요하다는 인식이 강해질 것”이라며 “작년까지 당국의 압박으로 지점 감소 규모가 다소 줄었지만 앞으로 수익이 나지 않는 지점을 중심으로 통폐합되는 속도가 빨리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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