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행, 면접전형 일정 미정···신한·우리은행도 상반기 채용 불투명
업황 악화에 수시 채용 확대···“공채 취업 힘들어질 것”

지난해 8월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금융권공동채용박람회에 참석한 취업준비생들의 모습/사진=최기원 PD
지난해 8월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금융권공동채용박람회에 참석한 취업준비생들의 모습/사진=최기원 PD

은행권 취업을 희망하는 취업준비생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수시 채용이 확대되는 추세에 따라  취업의 문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의 여파로 상반기 채용 일정까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3월 초 상반기 공개 채용의 최종 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었던 NH농협은행은 현재 면접 일정을 정하지 못하고 있으며 지난해 상반기 300명 이상의 행원을 채용했던 신한은행과 우리은행도 아직 구체적인 채용 계획을 정하지 않은 상태다. 일각에서는 올해 업황 악화와 맞물려 은행권의 채용 규모가 전반적으로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지난 23일 6급 신입 행원 필기시험을 완료했음에도 면접전형 일정을 아직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말 채용 공고 당시 농협은행은 3월 초에 최종 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채용 절차가 장기간 지연되고 있는 것이다. 필기시험도 당초 예정일인 9일보다 2주나 늦게 시행됐다.

이는 비단 농협은행만의 문제는 아니다.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일주일 이상 지속되자 업계에서는 상반기에 꾸준히 공채를 실시했던 은행들이 일정을 연기하거나 규모를 축소할 수 있다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 중에서는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지난해 상반기 각각 350명과 300명 규모의 신입 행원을 채용한 바 있다.

현재 두 은행은 모두 올 상반기 공채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과 규모 등을 정하지 못한 상태다. 신한은행 측 관계자는 “아직 채용 기간이 아니기 때문에 일정 연기 등이 논의될 단계가 아니다”라고 밝혔으며 우리은행 측 관계자 역시 “어느 것도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두 은행은 지난해 모두 4월에 공고를 냈기 때문에 아직 한 달여의 시간이 있지만 예년과 동일한 일정으로 채용을 진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7년에 발생한 은행권 채용 비리 사태의 후속 조치에 따라 현재 모든 은행은 채용 과정에 필기시험을 포함시키고 있다. 한 자리에 다수의 지원자가 모여서 시험을 치를 경우 집단 감염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코로나19 사태가 완전히 종식된 후 채용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하반기에만 공채를 진행해 온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코로나19의 영향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겠지만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당연히 고민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19가 상반기뿐만 아니라 올해 전체 채용 상황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미 은행권은 한국은행의 초저금리 기조와 정부의 대출 규제의 영향으로 수익성이 크게 저하돼 있는 상황이다. 실적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까지 겹치면 은행들이 채용 규모를 줄일 가능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미 농협은행은 지난해 상반기(360명)보다 작은 280명의 인원을 올해 상반기에 채용하기로 했다. 여기에 하나은행은 지난해 수시 채용 규모를 확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공채를 완전히 폐지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디지털·트레이딩 부서 등에서는 수시 채용을 많이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시 채용은 아무래도 경력직 위주로 이뤄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정확한 은행별 공채 규모를 예상할 수는 없지만 상황이나 변화 등을 감안하면 예년 수준보다 줄어들면 줄어들었지 늘어날 것 같지는 않다”며 “은행은 현재 비대면 전환기를 거치고 있고 그쪽 부분 인재들을 수시로 채용하는 이른바 ‘모셔오기 경쟁’에 바쁘다”고 진단했다. 이어 “공채 직원들은 취업문을 뚫기가 힘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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