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지주, 3월 주총 연기 가능성에 “일정대로 진행 예정”
회장 연임 등 핵심 안건 처리 시급
본사 방역 뚫릴 경우 참석 전원 자가격리 우려↑ 

4대 시중은행 로고. /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으로 다음 달 주주총회를 앞둔 국내 금융지주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주총에 불특정 다수가 참석하다 보니 확진자가 참석할 경우 본사 건물 폐쇄만 아니라 주총 참석자 전원 자가격리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지주사들은 회장 연임 등 경영 상 중요 안건을 처리해야 하다 보니 연기가 쉽지 않은 입장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 등 국내 4대 금융지주사들은 오는 3월 중순부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한다. KB금융은 3월20일, 하나금융은 20일, 우리금융은 24일, 신한금융은 26일에 주총을 열 계획이다. 

현재 4대 금융지주는 주총을 당장 연기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회장 연임 등 시급히 처리해야 할 핵심 안건이 걸려 있고 여러 안건을 의결해 올해 사업을 시작해야 하는 만큼 4월로 연기할 가능성은 낮다는 설명이다. 다만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는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한·우리금융은 회장 연임이라는 굵직한 안건을 처리해야 하는 입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은 주총에서 각각 조용병 회장과 손태승 회장의 연임 건을 상정·통과시킬 계획이다. 두 지주사 모두 회장 연임 안건을 통과 시켜 조직 안정화와 함께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 사태에 따른 피해자 구제 및 해결책 마련 등에 집중할 방침이다. 또 우리금융은 권광석 우리은행장에 대한 선임 안건도 통과시킬 방침이다. 

두 지주사는 주총을 일정대로 진행하되 내부임원 전원이 아닌 주요 안건을 설명할 최소한의 인원만 주총에 참석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다. 기본적으로 사전 방역과 함께 참석자에 대한 마스크 착용 의무화, 열감지기를 통한 코로나19 의심환자 출입 제한 등도 준비하고 있다. 

KB금융은 이번 주총에서 임기가 끝나는 사외이사들을 교체하고 신임 사외이사를 선임해야 한다. KB금융은 유석렬·박재하 사외이사 후임으로 권선주 전 기업은행장과 오규택 중앙대 경영경제대학 교수를 새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나머지 기존 사외이사 4명의 임기는 1년 더 연장할 계획이다. 

하나금융은 다른 지주사와 비교해 가장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김정태 회장의 임기가 내년 3월로 임기 만료까지 1년 이상 남았다. 5년으로 제한됐던 사외이사의 최대 임기도 개정 상법에 따라 6년으로 변경해 사외이사 변동도 크지 않은 상황이다. 

KB금융과 하나금융은 현재까지 주총 연기에 대해 결정된 바가 없는 입장이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본점 강당 내외 방역을 강화하고 체온 감지 카메라, 손소독제, 마스크 등을 비치할 방침이다. 

문제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주총을 연기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위원회도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주총 연기와 함께 금융사 직원에 대해 재택근무도 허용한 상태다. 또 사업보고서 제출이 지연될 것으로 우려되는 기업들에 대해서 재무제표·감사보고서·사업보고서 등을 기한 내 제출하지 못해도 제재하지 않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금융지주 본사 건물의 외부인 출입을 금하는 등 최고 수준의 질병 차단에 나선 상황에서 자칫 주총으로 방역이 허술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확진자가 주총에 참석할 경우 같은 공간에 있는 지주 관계자 등이 자가격리 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연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주요 안건은 의결해야 하는 등 지주사에서 가장 중요한 날이다 보니 주총 연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다만 (코로나19) 상황이 나빠질 경우에는 연기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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