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발생한 보라매동 인근 PC방···“매출 30~50% 줄어”
발병 우려에 교육부 이용자제 권고까지 겹쳐 이용객 급감
손 소독제 비치·마스크 미착용자 출입 제한 등 방역 자구책 동원도

지난 27일 확진자가 발생한 보라매동 인근 PC방의 모습 / 사진 = 황정원 기자
지난 27일 확진자가 발생한 보라매동 인근 PC방의 모습 / 사진 = 황정원 기자

“코로나가 확산되고 하루 매출이 50%나 줄었습니다. 손님도 절반 가까이 줄고, 오는 손님도 잠깐 있다 나갑니다. 지금 손님이 가장 많은 시간대인데 이 동네에서 확진자가 나왔다고 발표된 어제는 겨우 두 명 왔습니다.”

지난 27일 오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두 번째 확진자가 발생한 서울 관악구 보라매동 인근 PC방. 오후 12시와 2시 사이는 하루 중 PC방 손님이 가장 많이 몰리는 시간대다. 그러나 이곳 PC방은 평소와 달리 열 명 남짓 되는 이용객들만 자리하고 있었다. 마스크를 귀에 걸쳐놓은 이용자들이 드문드문 앉아 게임에 열중하는 모습이었지만 대부분의 좌석은 비어있었다. 점주를 비롯한 직원들 역시 마스크를 쓴 채 카운터에서 조용히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PC방 점주들이 울상이다. 발병 우려에 단골 고객들의 발길이 뚝 끊긴 것은 물론 교육부의 이용 자제 권고까지 겹쳐 학생 손님까지 잃어서다. 특히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역의 PC방들은 매출이 30~50%까지 급감하며 휴업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라매동 인근에서 PC방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8년 동안 PC방을 운영하면서 지금처럼 매출이 떨어진 적이 없다”면서 “동네에 코로나 확진자까지 나오면서 상황이 악화됐다”고 말했다. 이어 “직원들도 코로나 때문에 일을 그만두고 수지타산도 안 맞아 휴업도 고민 중이다”라고 토로했다.

실제 지난 17일부터 23일은 전국 PC방에서 이용 시간이 이달 들어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기간이다. PC방 게임 통계서비스 더 로그에 따르면 지난 17일부터 23일까지 2월 3주 차 전국 PC방 총 이용 시간은 약 3330만 시간으로 전주(3750만) 대비 11.2% 줄어들었다. 이달 첫 주만 해도 전국 PC방 총 사용 시간은 3700만 시간에 달했다.

여기에 코로나19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되면서 발길은 더욱 뜸해졌다. 지난 23일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PC방 이용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정부 발표 이후 하루 만에 전국 PC방 이용자 수는 30% 가까이 급감했다. 지난 24일 전국 PC방 이용 시간은 총 357만182시간으로 전일(498만3860시간)대비 28.3% 감소했다.

PC방을 운영하는 신모씨는 “정부의 PC방 방문 자제 권고 조치가 이해는 된다”면서도 “하지만 다중이용업소 방문을 자제하라는 선에서 그쳤어야지 PC방을 딱 지칭해 말한 건 잘못됐다”고 말했다.

지난 27일 오후 방문한 보라매동 인근 PC방. 손 세정제가 한켠에 비치돼 있고 '마스크 미착용자의 출입을 제한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 사진=황정원 기자
지난 27일 오후 방문한 보라매동 인근 PC방. 손 세정제가 한쪽에 비치돼 있고 '마스크 미착용자의 출입을 제한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 사진=황정원 기자

PC방들은 손 소독제를 비치하고 청소 횟수를 평소 두 배로 늘리는 등 각종 방역 자구책을 동원해 코로나에 대비하고 있다. 이날 방문한 5곳의 PC방 한쪽에는 손 소독제가 놓여있었다. 일부 PC방은 ‘마스크 미착용 시 PC방 출입을 제한합니다’라는 안내문까지 입구에 부착한 상태다.

한 프렌차이즈 PC방 점원은 “직원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매니저가 직원들에게 마스크를 필수적으로 쓰고 PC부터 바닥까지 지점 위생을 철저히 하도록 강조했다”면서 “굳이 지시가 없더라도 나부터가 감염될 게 무서워 청소에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PC방 점주들은 마스크와 소독제를 구하기조차 어렵다고 토로했다. PC방을 운영하는 임아무개씨는 “PC방에서 사람들을 많이 만나다 보니 장사보다 가족들이 전염될까 봐 위생에 신경 쓴다”면서 “처음엔 마스크도 이벤트로 줬는데 가격도 비싸고 구하기도 어렵다. 소독제도 구하기 어려워 인근 동네까지 다니며 찾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정부나 지자체가 다중이용시설 대응지침 매뉴얼만 보낼 게 아니라 기본적인 방역 제품들은 좀 지원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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