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2.1%로 전망했으나 전문가들 1%대로 예상

확진자 발생으로 일시 폐쇄된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입주동. /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일시 폐쇄된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입주동./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이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3%에서 2.1%로 하향 조정했지만 이조차 달성이 쉽지 않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사스, 메르스 유행 때와 비교해 보면 대(對)중국 의존도가 더 높기 때문에 피해도 그만큼 더 커질 것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였다. 올해 들어 예산을 상반기에 집중 투자하면서 경기 회복을 시도하려 했지만 1분기부터 코로나19 여파로 사정이 여의치 않게 됐다. 중국과 일본, 국내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됨에 따라 경제에도 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26일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사태가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과 내수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올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한 2.2%보다 낮은 1%대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역시 26일(한국시간) 발간한 보고서에서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억제되지 못하고 대유행으로 번질 확률을 20%에서 40%로 상향했다. 그러면서 중국 경제는 올해 1분기부터 위축되고, 올 성장률은 5.4%로 1%포인트 가량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3%로 예상했으나 지금은 1%대 성장이 유력한 상황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에 대해 “지난해부터 이미 경제가 하락하고 있던 상황이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추가로 코로나19 관련 경기 충격이 부정적인 요인으로 더해졌다”며 “한국은행에서 2.1%라는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내놓았지만 2%도 달성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사람들 얼굴을 마주보는 대면 소비가 감소하고 무역이 위축될 것이다. 해외에서도 우리나라 거래나 인적 교류에 대새 상당히 두려워할 가능성이 있다. 경제적인 고립”이라며 “과거 사스 때와 비교해 보면 그 당시와 지금 중국이 세계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4배 정도 늘어났고, 우리나라의 중국 수출 무역 비중이 당시 17~18%였다면 지금은 27%를 차지하기 때문에 비슷한 사안이어도 충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최원석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국지역전략팀 부연구원 역시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최 부연구원은 “2월 중순보다 지금 사태가 더 악화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중국의 중간재 수입 등으로 중국 경제 의존도도 높고 중국 여행객의 비율도 높기 때문에 세계 경제 중에서도 많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메르스에 준하는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컴퓨터·전자·광학제품, 전기기기 제품, 금속가공 제품, 기타 운송기기, 기계 및 장비, 자동차·트레일러 등에서 중국 중간재 의존도가 높다. 이 산업은 한국의 주요 수출산업이기도 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코로나19 확산은 경기 회복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며 “외국인 관광객의 감소와 내국인의 외부 활동 위축이 숙박 및 음식점업 등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업생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KDI에 따르면 메르스의 부정적 영향이 집중됐던 2015년 6~8월의 경우 외국인 관광객은 전년동기간 대비 45.5%, 월평균 46만4000명이나 감소했다. 서비스업생산도 연평균 대비 0.8%포인트 낮아 진 바 있다.

증권가 연구원들은 이미 코로나19의 부정적인 영향이 드러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승훈 메르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현재는 수출·내수충격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 수출 충격은 2월 1~20일까지의 잠정 수출실적을 통해 알 수 있다. 조업일수로 조정한 일평균 수출이 동 기간 중 전년대비 9.3% 감소했고, 대중국 일평균 수출은 22.3%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어 “내수 충격은 2월 소비자심리지수(CSI)와 기업경기실사지수(BSI)의 동반 급락에서 확인된다. 2월 CSI는 96.9로 전월대비 7.3포인트 하락(2015년 6월 메르스 당시 낙폭과 동일)했으며 제조업 BSI는 전월 대비 11포인트 하락했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원은 메르스 때와 달리 중국발 수입수요 충격과 확진자 발생 시의 조업장 일부 폐쇄·조업 중단 등의 행태가 나타나면서 기업 체감경기가 더욱 악화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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