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과 미래 책임졌던 BG장 이탈 후 명예퇴직 실시···회의적 분위기 대두
박흥권 전 부사장은 ‘한화맨’ 안착···김성원 전 부사장은 ‘미래통합당 예비후보’
명예퇴직 직전 ‘돌연사표’ 냈던 목진원 전 부사장···가스터빈 국산화의 주역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두산중공업 내부에서 회의적인 시각이 대두되는 분위기다. 상당기간 이어져 온 자체적 비용절감 노력에도 불구하고 명예퇴직을 시행하게 됐을 정도로 사정이 악화돼서다. 특히, 최근 1년 새 핵심 사업을 담당하며 회사 안팎에서 능력을 인정받았던 ‘BG(사업부문·Business Group)장’ 3명 등 임직원들의 이탈도 회의적 시각에 힘을 보탠 것으로 분석된다.

27일 회사 안팎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은 지난 20일부터 명예퇴직을 접수받고 있다. 기한은 내달 4일까지다. 신청자에게는 법정 퇴직금 외 근속연수에 따라 최대 24개월분의 임금이 지급된다. 20년차 이상 직원들에게는 위로금 5000만원이 추가된다. 향후 최대 4년 간 자녀학자금과 경조사 및 건강검진 등도 지원할 것이라는 게 두산중공업 측 설명이다.

이번 명예퇴직은 2014년 이후 5년 만이다. 업계에서는 지난해부터 두산중공업이 인위적 인력감축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지난달에도 회사 내부에서 최대 1500명에 이르는 대규모 인원감축이 있을 것이란 소문이 직원들 사이에서 횡횡하기도 했다. 이 같은 지적이 나올 때마다 두산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자구노력이 이행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실제 두산중공업은 인건비 등 고정지출 감소를 통한 이익률 향상을 위해 갖은 시도를 해왔다. 2018년 말부터 과장급 이상 직원들을 중심으로 급여를 낮추고 2개월 단위의 유급순환휴직 및 계열사 전환배치 등을 실시했다. 2017년 전체임원 중 30%를 축소한 데 이어 2018년 말에도 30여명의 임원을 감축하며 고정비용 감축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명예퇴직과 관련해 “경영정상화 과정에서 다방면의 자구노력에도 불구하고 불가피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설명하게 되면서 회사 내부의 동요가 크다는 게 복수의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자연히 이 과정에서 최근 1년 새 회사를 떠난 유능한 직원들의 선택이 옳았다는 여론도 부상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두산중공업 출신들이 다른 기업으로 이적을 택한 사례가 빈번했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한국형 원전에 참여했던 엔지니어들을 중심으로 경력채용 등을 통해 한국수력원자력 등 에너지 공기업으로 자리를 옮겼고, 신재생에너지에 힘을 쏟는 한화큐셀 등 유사한 사업구조를 지닌 사기업으로의 이직도 상당했다.

특히 BG장을 맡던 부사장급 3명의 이탈이 직원들에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왔던 것으로 알려진다. 주인공은 △박흥권 전 부사장(터빈·발전기 BG장) △김성원 전 부사장(플랜트 EPC BG장) △목진원 전 부사장(파워서비스 BG장) 등이다. 이들은 두산중공업의 성과로 꼽히는 한국형원전, 가스터빈 개발, 신재생에너지 등에서 두각을 보인 인물들이다.

두산의 과거-현재-미래로 분류되는 사업을 이끈 수장들이란 점에서 공통분모를 지녔다. 가장 먼저 회사를 떠난 이는 박흥권 전 부사장이다. 그는 지난해 4월 한화 재경본부 사장으로 발탁돼 이미 ‘한화맨’으로의 변신을 마친 상태다. 김성원 전 부사장은 제21대 총선 부산남구갑 미래통합당 예비후보로 입후보했다. 공천 또한 유력시된다. 가장 최근인 지난달 사표를 낸 목 전 부사장의 거취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지난해 초 두산중공업은 한 차례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일부 BG의 통합을 바탕으로 시너지를 노김과 동시에 이른 바 ‘몸집 줄이기’를 바탕으로 비용절감도 꾀했다. 기존 ‘EPC BG’와 ‘워터BG’가 합쳐져 ‘플랜트BG’로 통합됐다. 파워서비스BG는 터빈·발전기BG를, 원자력BG는 주단BG를 각각 흡수한 바 있다.

김성원 전 부사장과 목진원 전 부사장의 경우 조직개편을 통해 보직의 중요성이 더욱 대두된 시점에서 퇴사를 선택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목 전 부사장은 가스터빈 국산화를 일군 주역으로 회사 내에서 상당한 인재로 평가받던 차에 돌연 사표를 던져 회사 내부는 물론 외부에서도 그의 사직배경과 향후 거취 등에 대한 관심이 높다.

조직개편 당시 두산중공업은 가스터빈·신재생 등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을 통해 경영난을 극복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낸 바 있다. 문제는 고강도 고정비용 절감노력 등 다방면의 자구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끝내 인위적 인력감축을 실시할 정도로 악화됐다는 데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회사 관계자는 “떠난 이들의 선택을 ‘존중한다’가 아닌 ‘돌이켜보니 옳았다’는 식의 인식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형성돼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직원도 “재직하는 직원들이, 스스로를 능력이 없어 이직하지 못했다고 느끼는 풍토가 사라지기 위해서라도 회사의 정상화가 조속히 이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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