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사라진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

10년 전 개봉해 미국 전역의 10대들을 열광적인 팬들로 만들었던 ‘트와일라잇’의 주인공 ‘벨라’는 ‘에드워드’와 사랑에 빠진 후 (영원한 젊음과 아름다움, 그리고 엄청난 힘을 가진) 뱀파이어가 되고 싶다며 에드워드에게 부탁을 한다. 하지만 에드워드는 그녀를 너무나도 사랑하기 때문에 인간 사회에서 ‘이방인’이 되는 길을 바라지 않는다며 그녀를 버린 채 도망가버린다. 

결과적으로 벨라는 에드워드와의 사랑을 이루고 뱀파이어가 되지만, 트와일라잇의 초반부 설정은 인간이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되는 일과 그에 대한 사회적 반감에 대한 주인공들의 걱정과 사랑, 이별이 주를 이룬다. 

애니메이션 ‘늑대 아이’의 예를 들어보자. 사랑했던 남자가 알고 보니, 늑대 인간이었다. 주인공인 엄마, ‘하나’는 자신이 사랑한 늑대 인간의 아이를 낳지만 그가 죽은 후 남은 아이들이 자신의 살고 있는 세상의 바깥 존재, 즉 모두 이종족인 까닭에 걱정한다. 이들이 이 사회에 섞여 살아남을 수 있을까. 사회에서 그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을까.

박지은 작가의 2014년 작 ‘별에서 온 그대’의 ‘도민준’은 400년전 불시착한 외계인으로, 사회에서 받아들여질 수 없는 존재이기에 자신을 숨겨왔다. 그러나 ‘천송이’와의 사랑을 통해 도민준은 자신의 정체성을 누군가에게 드러냈고, 악역인 재경의 협박은 결국 이를 폭로하겠다는데 방점을 둔다. 도민준은 이방인이다. 그러나 그가 돌연 사랑에 빠지면서 우리는 이런 다른 존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대부분의 드라마 팬들은 그가 언젠가는 인간 사회에 적응해 천송이와의 사랑을 이루길 원했다. 이는 그가 인간이 아님을 그들이 알고 있다는 것이며, 그를 괴물에서 인간으로 변화시키고 싶은 욕망을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드라마의 결말은 그가 영원히 외계인으로 남는 것이었다. 천송이는 도민준이 언제 자신의 행성으로 돌아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와 지구에서 최선을 다해 사랑한다. 

박지은 작가의 최신작 ‘사랑의 불시착’ 또한 두 주인공이 ‘결혼해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라는 결말을 맺진 않는다. 리정혁과 윤세리는 1년에 2주간, 중립국인 스위스에서 만날 기회를 얻을 뿐이다. 이것도 영원하지는 않다. 이 드라마가 말하는 ‘사랑’은 거의 판타지에 가깝지만, 실제로 박지은 작가가 그려내는 사랑은 ‘잠시잠깐 그 위치를 점유할 뿐 영원을 기대하게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아이러니하게도 매우 현실적이다. 

전통적인 로맨스 결말의 법칙을 벗어나고도 박지은 작가의 작품이 인기를 얻는 것은 아마도 드라마가 보여주는 우리가 ‘상실한 것에 대한 노스탤지어’이기 때문인 듯 하다. 피가 섞인 가족임에도 불구하고 윤세리의 오빠들은 잃어버렸거나, 아예 내던져버린 ‘따뜻함’,‘사랑’의 감정을 아이러니하게도 박지은은 북한이라는 가상적 공간을 통해 그려낸다. 

사랑을 위해 목숨까지 내던질 수 있는 있을 수 없는 환상을 뒤쫓는 이방인인 리정혁을 우리가 사랑하는 건, 우리가 그 이방인이 사라진 사회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알고보면 그 이방인이 바로 상실된 우리 자신의 모습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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