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본사 건물 3층 직원 중 의심환자 발생···다음날 직원들 출근
뒤늦게 폐쇄 후 퇴근 통보···“사전에 고지 했어야···퇴근 내내 불안”
사측 “밤 10시 보고 받아 어쩔 수 없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코로나19’ 의심환자가 발생했음에도 뒤늦게 폐쇄 및 퇴근조치를 하면서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현대엔지니어링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방식을 놓고 회사 내부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천명이 근무하는 본사에서 코로나19 의심환자가 발생했음에도 다음날 직원들을 출근 시키는 등 초기 대응이 미흡했다는 게 그 이유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해 건물을 폐쇄하고 재택근무를 확대하는 등 발 빠른 조치에 나선 다른 기업들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27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엔지니어링 본사 건물 3층에서 코로나19 의심환자가 발생했다. 의심환자였던 직원이 확진자라면 바이러스가 회사에 남아있었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다음 날 직원들은 정상적으로 출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은 26일 오전 본사 건물 3층을 폐쇄시키는 동시에 해당 층의 직원들에게 퇴근 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직원들은 출근하기 전까지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바일 메신저나 이메일이 아닌 회사 내부 게시판에 대자보 형태로 전달해 해당 내용을 알 수 없었다는 것이다.

뒤늦게 퇴근한 직원들은 사측의 허술한 대응방식에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 내부 관계자는 “전날 의심환자가 나왔고, 회사에서 인지한 상황이라면 출근 전에 충분히 고지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퇴근 한 이후에도 불안에 떨어야 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사측은 의심환자로 분류된 직원이 음성이라는 결과를 확인하고, 오후 퇴근한 직원들에게 다시 회사 복귀를 지시했다. 이 과정에서 사측이 “출근하지 않으면 개인 연차를 소진시켜야 한다”고 전달해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직원이 확진자가 아닌 것으로 판명됐지만 현대엔지니어링의 대응방식은 ‘의심’만으로도 건물 전체를 폐쇄하고 즉각 재택근무에 들어가는 다른 기업들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현재 현대엔지니어링 본사에는 2000명이 넘은 직원들이 근무를 하고 있다. 거기다 같은 건물에는 현대중공업이 있고 바로 옆에는 현대건설 본사가 위치했다. 

사측은 해당 사실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밤 10시에 발열 증상을 보고 받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밤늦게 보고됐기 때문에 폐쇄나 직원들 출근 문제를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또한 그 직원이 ‘몸에 열이 났다’라는 증상 하나여서 애매한 측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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