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코로나19 불황에 전국으로 확산되는 ‘착한 임대인’ 운동 
  • 양세정(plus@sisajournal-e.com)
  • 승인 2020.02.27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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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 이후 소상공인 98% 매출 하락
전주, 부산, 송도 등 자발적 임대료 인하 움직임
전문가들 “정책기반의 실질적인 지원 필요”, “정상 임대료 받아도 나쁜 임대인은 아냐”  
코로나 불황에 소상공인 매출이 하락하자 임대인들이 자발적으로 임대료 인하‧동결에 나섰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 불황에 소상공인 매출이 하락하자 임대인들이 자발적으로 임대료 인하‧동결에 나섰다./ 사진=연합뉴스

‘착한 임대인’ 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코로나 불황에 소상공인 매출이 하락하자 임대인들이 자발적으로 임대료 인하‧동결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단순히 착한 임대인을 격려하는 것만이 아니라 임대료를 내린 건물주에게 세제 혜택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26일 소상공인연합회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바깥 활동을 자제하고 모임을 취소하는 분위기에 소상공인 매출이 떨어지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코로나19에 따른 소상공인의 피해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 13~19일 소상공인 1079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업장 매출이 감소했다는 응답 비율이 97.6%에 달했다. 앞서 연합회가 이달 4~10일 소상공인 109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서도 응답자 97.9%가 매출 감소 피해를 보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임대인들은 자발적으로 임대료를 인하‧동결하는 ‘착한 임대인’ 운동에 나섰다. 지난 12일 전주한옥마을이 3개월 이상 10% 이상의 임대료를 내려 자영업자들의 안정적인 경제활동을 돕겠다고 밝힌 것이 시작이 됐다. 이틀 뒤인 14일에는 전주시장과 전통시장, 구도심 등 전주지역 상권 건물주 64명이 121개 점포에 5%에서 20% 이상까지 임대료를 인하하겠다며 나섰다. 

한광수 전주 한옥마을 사랑모임 회장은 “임대료에 대한 협의는 지난 2016년부터 쭉 이어오다가 이번에 코로나19로 방문객 매출이 떨어진 것이 피부로 느껴져 전주시와 소통해 한옥마을 임대료 인하를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 회장은 “임차인들이 돈을 벌어 금방 떠나는 것이 아니라 한옥마을 업종에 맞게 5년, 10년간 이곳에서 장사를 하며 생업을 이어가는 사람들”이라며 “임대인들도 이곳 주민으로 자기 건물을 가지고 업을 하거나 건물을 임대하는, 생계형 임대인들이라 상황이 어렵기는 마찬가지지만 서로가 배려하고 상생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주에서 시작한 착한 임대인 운동은 현재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부산 건설자재업체 미륭레미콘도 소상공인 20여명이 입주해 있는 중구·동래구 회사 건물 임대료를 50% 인하하기로 했다.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복합쇼핑몰 ‘트리플스트리트’도 임차인의 부담을 덜기 위해 2개월 동안 20% 임대료를 내기리로 했다. 이밖에 전국 곳곳에서 개인 임대인들의 임대료 인하도 이어지고 있다. 

전통시장 역시 임대료를 낮추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추산으로 지난 24일까지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140명의 임대인이 2198개의 전통시장 및 상점가 점포에 대한 임대료를 내리거나 동결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서울 남대문시장은 전체 5493개 가운데 1851개 점포 임대인들이 임대료를 인하 또는 동결했다. 동대문 경동시장 점포 2000여개를 소유한 경동시장주식회사와 동대문종합상가 4300여개 점포를 관리하는 동승그룹도 임대료를 20% 인하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경기 불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착한 임대인 운동이 확산되려면 정부가 단순히 임대인에게 임대료 인하를 권유하는 것만이 아니라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관광‧숙박업, 그 주변의 식당까지 자영업자들은 직격타를 맞고 있는 상황인 만큼 정부가 적극적으로 임대료 인하에 나서야 한다”며 “착한 임대인들을 장려만 할 것이 아니라 임대료 인하 폭에 따라 건물주에게 세액공제나 소득공제 등 세제 혜택을 일시적으로 주는 등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역시 정책적 지원을 강조했다. 심 교수는 “정부가 세제나 금융 차원에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면 가격을 낮추면서 공급이 유지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착한 임대인이라는 명예만 얻고 충분한 보상이 없다면 일종의 열정 페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큰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임대료를 정상적으로 받는 건물주에게 낙인을 찍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개인 간 임대차 거래에서 임대인이 임차인의 사정을 보고 일시적으로 임대료를 낮추는 일은 흔히 있는 일이고 이를 착하다 아니다 식의 레이블을 붙일 필요는 없다”며 “정상 임대료를 받는 사람이 ‘나쁜 임대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임대료 인하 지원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6일 페이스북을 통해 전주시 건물주들의 임대료 인하를 언급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착한 임대인 운동이) 코로나 19로 인한 극심한 소비 위축과 매출 감소, 지역 경제 침체를 이겨내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착한 임대인들에 대한 지원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4일 박영선 중소기업벤처부 장관도 서울 남대문시장을 찾아 임대료를 인하한 건물주들을 만나며 착한 건물주 운동에 적극적인 협조를 약속했다. 중기부 전통시장정책과 관계자는 “법인세 인하나 세제 혜택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기획재정부와 협의해서 진행해야 하는 문제인 만큼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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