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공항 이용객 지난달 같은 기간 대비 60% 이상 감소
항공사, 연이어 국내선 비운항···“이용객 감소세 빨라질 듯”

“올해로 15년째 근무 중인데 지금까지 이렇게 사람이 없었던 적은 처음이네요.”

26일 오전 9시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에서 기자가 만난 공항 직원은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김포공항에서 15년째 근무한 그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엔 하루 여행객이 3만여명에 달했는데 요즘은 겨우 1만여명을 유지하는 수준”이라면서 “공항에 사람이 좀 바글바글해야 일할 맛이 나는데 요즘은 몸도 축 처지고 재미도 없다”고 토로했다.

26일 오전 10시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2층 발권 창구 앞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사진 = 김용수 인턴기자
26일 오전 10시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2층 발권 창구 앞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사진=김용수 인턴기자

이날 기자가 방문한 김포공항의 국내선 대합실엔 이용객보다 공항 직원이 많았다. 적막한 공항엔 코로나19 관련 긴급 뉴스를 전하는 대합실의 TV 소리만 들렸다. 여행에 대한 기대와 설렘으로 가득하던 평소의 공항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지난 18일과 20일 대구와 제주에서 각각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김포공항 국내선을 이용하는 이용객은 급감했다. 인천공항과 달리 김포공항은 국내선 이용객이 대다수다. 에어포탈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김포공항 국제선 이용객은 약 33만2000명인 반면 국내선 이용객은 85만9000여명에 달한다.

26일 오후 12시 김포공항 국내선 탑승 게이트 앞은 인적이 드물었다. / 사진 = 김용수 인턴기자
26일 오후 12시 김포공항 국내선 탑승 게이트 앞은 인적이 드물었다. / 사진=김용수 인턴기자

3층 탑승 게이트에서 근무하는 공항 직원은 “오픈 시간이랑 지금(12시)이 가장 바쁘고 승객이 많은 시간인데 요즘엔 거의 없다”며 “지난주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여행객 절반 이상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제주를 제외한 대구 및 울산 항공편은 취소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오늘은 총 이용객이 겨우 1만명 정도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 한국공항공사의 공항별 월 이용객 예상 데이터를 보면 지난 20일부터 김포공항의 국내선 이용객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대구와 제주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후 줄어드는 양상이다.

지난 25일 기준 김포공항 국내선 이용객 수는 1만532명으로 한 달 전 약 2만7000명이던 것과 비교해 60% 이상 감소한 수치를 나타냈다.

이용객이 줄어들면서 공항에 입점한 매장들도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 이날 방문한 김포공항의 1층 식당가는 점심 시간임에도 한산했다. 그나마 있는 손님은 사원증을 목에 멘 공항 및 항공사 직원들이었다.

푸드코트인 ‘플레이버6’ 담당 매니저는 “지금 런치타임이라 바빠야 맞는데 고객이 없다”면서 “지난주와 비교하면 확연히 줄어들었다. 아마도 대구와 제주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영향이 크지 않을까 싶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그는 “공항에 입점한 매장들의 매출이 전반적으로 줄어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여파로 1층 식당가뿐만 아니라 김포공항 4층 식당가 역시 여행객의 발길이 끊겼다. / 사진 = 김용수 인턴기자
코로나19 여파로 1층 식당가뿐만 아니라 김포공항 4층 식당가 역시 여행객의 발길이 끊겼다. / 사진=김용수 인턴기자

최근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대형 항공사(FSC)뿐 아니라 저비용항공사(LCC)도 국제선에 이어 국내선 비운항 계획을 밝히면서 김포공항 이용객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국민들이 코로나19 발병 초기에는 제주도 같은 곳을 ‘청정지역’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코로나19 감염이) 전국적으로 확산돼 청정지역이 없는 셈”이라며 “더 이상 국내도 안전하지 않다는 (국민들의) 인식이 강해 당분간 국내선 이용객 수가 늘어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허희영 항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업계에서는 강도 등이 이미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보다 더 심각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며 “지금 확산 속도로 봐선 국내선 노선 감축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항공업은 관광업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데 국내선일 경우 특히 지역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면서 “이번 사태로 인해 지역경제와 관광업 모두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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