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중국인 입국금지 반대 이어 전화 상담·처방 허용···의협 “전화로는 한계 분명”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도 불분명···복지부 “법률 종합 검토, 대구·경북 의사회는 참여”

25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한양대학교 한마음창원병원 정문에서 방문자가 체온 측정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25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한양대학교 한마음창원병원 정문에서 방문자가 체온 측정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최근 확산세가 뚜렷한 코로나19 대응 방안을 놓고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해 있다. 지속적으로 경계 단계의 심각 단계 격상과 중국인 입국금지를 주장해 왔던 의료계는 정부가 의사들 전화 상담과 처방을 허용하자 원격진료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관련 법률을 종합 검토해 결정한 사안이며, 대구와 경북 의사회가 참여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확진자가 급증하는 코로나19 대응 방안을 놓고 최근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는 정부가 감염병 전문가인 의사들의 의견을 반영하기는커녕 무시해 왔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실제 의협은 그동안 기자간담회 등을 열어 감염병 경보 단계를 ‘경계’에서 ‘심각’ 단계로 격상해야 효율적 대응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제기해 왔다. 하지만 정부는 경계 단계를 유지하며 실제 대구와 경북 지역 대응은 심각 수준으로 한다는 궤변을 늘어놓다가 결국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자 지난 23일 오후 심각 단계로 격상시켰다. 

최근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중국인 입국금지’ 역시 의협이 지속적으로 제기한 사안이다. 의협은 최근 열린 긴급기자회견에서도 “코로나19의 지역사회 감염 전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려 하는 지금이 중국인 입국금지를 통해 위협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호소했다. 

반면 정부는 중국인 입국금지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은 지난 25일 “(입국제한 조치 확대) 공식화 여부를 논의한다는 브리핑은 (이전에) 한 바 있다”면서 “현재로선 입장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토로나19 대응 방안을 두고 현격한 의견 차이를 보였던 정부와 의료계는 원격진료라는 현안을 놓고는 정면으로 대립하고 있다.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지난 21일 “의사 판단에 따라 안전성 확보가 가능한 경우 환자가 의료기관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전화 상담 및 처방을 받을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허용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의료법은 환자와 의사가 직접 만나는 대면 진료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전화나 화상을 이용한 원격진료를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코로나19 환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한시적이라는 전제조건을 달고 원격진료를 허용했다는 것이 의료계 시각이다.    

이에 의협은 강력하게 반발하는 모양새다. 의협은 최근 회원들에게 배포한 안내문을 통해 “코로나19는 폐렴을 단순 상기도 감염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있다”며 “전염력이 있는 코로나19 환자가 전화를 통해 감기 처방을 받고 일상생활을 영위하면서 주변으로 감염을 확산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의료계는 정부의 이번 한시적 원격진료 허용 조치에는 전화 상담과 처방에 대한 법률 검토와 책임 소재, 진료 범위 등에 대한 내용이 빠져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만약 의사가 환자를 상대로 전화 상담을 진행한 이후 처방한 의약품에 약화 사고가 발생한다면 그 책임을 의료계가 전적으로 떠안아야 한다는 부담이 있는 것이다.

의협 관계자는 “유선을 통한 상담과 처방은 의사와 환자 사이 대면 진료 원칙을 훼손하는 사실상의 원격의료로, 현행법상 위법 소지가 있다”며 “현재와 같은 코로나19 지역사회 감염 확산 상황에서 의사가 환자 상태를 확인하는 데 한계가 분명한 전화 상담과 처방은, 환자 진단을 지연하거나 적절한 초기 치료 기회를 놓치게 할 위험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의협의 지적에 대해 복지부도 논리적으로 반박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화 상담과 처방은 감염병예방법 4조와 보건의료기본법 40조, 44조, 의료법 59조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한 사안”이라며 “현재 상황이 위중해 긴급하게 도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지역에 속한 대구시의사회와 경북도의사회는 전화 상담과 처방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며, 정부도 시행 효과 등을 면밀하게 체크하고 있다”면서 “전화 상담에 따른 혹시 모를 의료사고는 과실 여부를 검토해 책임 여부를 가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로선 복지부가 전화 상담과 처방을 허용한 지 3일밖에 지나지 않아 일단 이번주 시행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국민들은 정부가 현재 중국인 입국금지를 시행하지 않는 정확한 이유를 알지 못한다”라며 “늦긴 했지만 정부가 의료계 전문가 의견을 구체적으로 정책에 반영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확진자 1만명, 사망자 100명이란 최악의 상황을 맞을 것인가”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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