괌 추락사고 후 대한항공 안전 컨설팅 맡으며 인연 시작
가장 강력한 항공협력 단계인 ‘조인트벤처’ 관계로 수익도 공유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을 사들이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지원에 나섰다. / 사진=대한항공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을 사들이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지원에 나섰다. / 사진=대한항공

한진칼 주총을 앞두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측 간에 신경전이 치열한 가운데, 델타항공이 조 회장 측의 백기사를 자처하고 나서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항공업계에선 20년이 넘는 델타항공과 대한항공의 인연이 이번 경영권 분쟁을 거치며 다시 한 번 확인되고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지난 24일 델타항공은 한진칼 지분을 1.79% 추가 매입해 총지분율을 11%까지 끌어올렸다. 이번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 간 표 대결에서 델타항공은 조 회장 쪽으로 분류된다. 조 전 부사장 쪽으로 분류되는 반도건설 측은 5.02%의 지분을 더 사서 13%대까지 지분율을 높인 바 있다. KCGI 측은 이와 관련해 “델타항공이 지분 취득에 나선 진정한 의도에 대해 시장의 의구심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업계에선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의 관계를 생각하면 이번 지분 매입은 당연한 수순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델타항공과 대한항공의 첫 인연은 괌 추락 사고가 일어난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위험한 항공사’란 딱지가 붙게 된 당시 큰 충격을 받은 조양호 회장을 비롯한 대한항공 경영진은 안전에 대한 총점검에 나섰는데, 그에 대한 컨설팅을 맡은 곳이 바로 세계적 항공사인 델타항공이었다. 덕분에 대한항공은 이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항공사 중 한 곳이 됐다.

2000년 대한항공은 델타항공, 에어프랑스, 에어로멕시코와 함께 항공동맹체인 ‘스카이팀’ 창설을 주도했다. 안전에 대한 컨설팅을 맡기는 수준에서 동맹체제로 발전한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은 이후 2018년 5월 ‘조인트벤처’ 관계까지 맺게 된다.

조인트벤처를 통해 미주 내 290여개 도시와 인천을 포함한 아시아 내 80여개 도시를 연결할 수 있게 된 두 회사는 서로 필요한 부분을 완벽히 채우게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는 “태평양 노선에서 수익을 나누고 영업도 같이 하는 조인트벤처는 그야말로 한 회사가 되는 수준의 강력한 협력”이라며 “델타항공으로선 동남아 노선을 확보하게 됐다는 점, 대한항공으로선 애틀란타공항을 거점으로 쓸 수 있다는 점 등 서로 ‘윈윈’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델타항공이 지금 조원태 회장의 우군으로 나서고 있는 것은 현재의 대한항공과 신뢰 및 협력 관계를 계속 이어가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대한항공 측은 델타항공의 추가 지분 매입에 대해 “델타항공이 절차를 거쳐 결정한 일이어서 따로 내놓을 입장이 없다”고 전했다.

한편 매년 2억명 이상이 이용하는 미국 항공사 델타항공은 세계 최대 항공사로 꼽히며 포춘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상위 50대 기업’에 지난 9년간 여덟 차례나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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