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에 금리인하 기대 높아지면서 채권가격 상승세
NH·메리츠·한양증권 등 '채권 강자' 증권사 실적 기대↑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라임펀드 사태로 휘청거리고 있는 국내 증권사들이 채권을 통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해 국내 증권사들의 사상 최대 실적의 배경에는 금리 인하흐름에 따른 채권 평가이익이 크게 자리하고 있다. 금리하락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다소 진정됐는데 최근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금리하락이 재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늘어나면서 증권사들의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 금리인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내 채권금리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1.171%보다 0.03%포인트 가까이 하락한 1.148%에 거래되고 있다. 최근 한 달 동안 국고채 3년물 금리는 1.424%에서 1.171%로 급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고채 금리하락은 기준금리 인하 전망이 확산되면서 한층 가팔라지고 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당초 4월 열리는 금통위에서 한국은행이 금리인하를 결정할 것으로 내다봤는데 코로나19사태가 확산되면서 27일 열리는 2월 금통위에서 금리 인하가 상당히 유력해졌다”며 “시장에서는 금리인하 기대감이 채권가격에 선반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금리가 인하되면 고정된 수익을 지급하는 채권의 가격이 상승한다. 일반적으로 증권사는 환매조건부채권(RP)이나 ELS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을 다른 채권에 투자에 수익을 올리고 있는데 증권사들이 이미 매입해둔 채권의 가격이 오르면서 평가차익이 생긴다. 특히 만기가 긴 채권일수록 평가차익이 크게 늘어난다. 반대로 금리인상 시기에는 만기가 긴 채권일수록 평가손실이 늘어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국고채권지수는 최근 한 달 동안 2.53% 올랐다. 이와 관련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한 달 동안 채권에서 평균 약 2.5% 수익을 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사들은 올해 들어 한국거래소 채권시장을 통해 2월25일까지 3조2858억원 규모의 채권을 순매수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최근 한 달 동안(1월23일~2월25일)은 1조3093억원어치 채권을 순매수했다.

특히 채권트레이딩 비중이 높은 몇몇 증권사들의 실적에 대한 기대는 한층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 채권 강자인 NH투자증권, 메리츠종금증권, 한양증권 등은 지난해 채권 트레이딩 호조에 힘입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NH투자증권은 전년(2018년)보다 31.8% 늘어난 476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는데 트레이딩 부문 순영업수익(매출)만 758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4885억원보다 55.2%나 급증했다.

메리츠종금증권 역시 지난해 연결기준 554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는데 별도기준 순영업수익 1조1459억원 가운데 채권 및 주식트레이딩을 통해 얻은 자산운용수익이 2457억원(21.4%)에 이른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주식보다 채권에서 대부분의 자산운용 수익을 내고 있다. 지난해말 기준 메리츠종금증권 전체 운용자산 17조3303억원 가운데 채권은 13조2752억원으로 76.6%를 차지하고 있다.

한양증권 역시 지난해 채권 분야 호조에 힘입어 연결기준으로 전년보다 376.1% 늘어난 당기순이익 222억원을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현재 채권시세에는 금리인하 가능성이 선반영되어 있기 때문에 채권가격의 추가 상승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사태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미국을 시작으로 금리인하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채권가격도 당분간 상승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시선이 한층 짙어지고 있다. 여기에 안전자산인 채권에 대한 선호도 역시 높아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는 3월 종합채권시장 체감지표(BMSI)가 전월보다 16.6포인트 상승한 113.6을 기록했다고 25일 밝혔다. BMSI 수치가 100 이상이면 가격상승세를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는 뜻이다.

이미선 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조만간 미국 기준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이 금리인하를 하면 한은도 2월에 이어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여력이 생긴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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