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SPA 체결 위한 이스타항공 실사 마무리 단계
이스타 조종사 노조, 매각 관련해 사측에 면담 요청했으나 현재까지 진행 안 돼

이스타항공의 임금 체불 소식이 알려짐에 따라 이 사안이 매각에 미칠 직간접적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인수 의지’는 단호하다는 입장을 보이지만 일각에선 추가 연기뿐 아니라, 무산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고 분석한다.

26일 업계 및 금융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를 위한 실사 절차는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앞서 한 차례 SPA 체결을 미룬 제주항공은 지난달 31일에도 공시를 통해 SPA 체결 일정이 2월 중으로 연기됐음을 밝혔다.

제주항공은 앞으로 3일 안에 SPA 체결 혹은 연기 및 무산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스타항공은 전날 ‘임금 체불’ 소식을 알렸다.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이사는 사내 게시판에 “오늘 지급하기로 했던 임직원의 급여를 40%만 지급하고, 연말정산 정산금을 포함한 나머지 급여는 추후 지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해당 소식이 알려진 이후 일각에선 임금 체불 결정이 매각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실사는 사실상 끝났고 협상이 중요해진 상황”이라면서 “이스타항공 직원들 입장에선 이를 빌미로 매각 당사자인 이스타홀딩스 측에 자신들에 대한 고용 보장을 압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는 지난 20일 4개월간의 임금 삭감에 동의하면서 이스타홀딩스 측에 면담을 요청했다. 면담 사유는 매각 지연 이유 및 대응 방안 등을 듣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조종사 노조 측에 따르면 면담은 진행되지 않은 상태다. 체불된 나머지 임금에 대한 구체적 지급 일정도 정해지지 않은 탓에 직원들의 불안감만 커지고 있다. 조종사 노조 관계자는 “요청은 했지만 현재(26일 오전)까지 면담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지난 15일 급유 중단 통보에 이어 임금 체불까지 이어지면서 업계에선 이스타항공이 혼자 힘으론 회생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SPA 체결이 미뤄지는 이유도 제주항공이 실사 과정에서 이를 파악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말 이스타항공 인수 절차에 돌입했다고 밝히며 2019년 3분기 말을 기준으로 3000억원 이상의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자산 2703억원 포함)을 보유하고 있어 유동성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스타항공의 재무 상황이 최악에 이르렀고 임금 체불 등 인수 후 새로운 비용을 부담하게 될 가능성이 생기면서 ‘추가 차입’도 고민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항공 연결 재무제표기준 수익성 추세. /인포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제주항공 연결 재무제표기준 수익성 추세. / 인포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다만 추가 차입에 대한 부담이 변수다. 지난해 제주항공을 포함한 애경그룹의 실적은 부진했다. 애경그룹의 지주사 AK홀딩스는 지난해 별도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87.4% 줄어들었다. 인수 당사자인 제주항공은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 450억원의 영업손실 및 16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지난해 전체 실적이 적자로 전환됐다.

지난 12일엔 이석주 제주항공 대표가 사내 게시판을 통해 “이제는 수익성 저하를 넘어 생존을 염려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위기”라면서 경영진 임금 반납 등의 위기 대응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제주항공 측은 이스타항공을 인수하겠다는 의지는 확고하다고 밝혔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실사는 마무리 단계”라면서 “인수와 관련해선 기존 입장과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