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중국 다음으로 최대 사망자 발생···인접국가로 빠르게 전파
건설업계, 해외 사업장 운영 차질 우려···중국 석유 수요 감소로 국제유가 하락세
“저유가 지속 땐 중동 국가 재정 문제 발생···발주 일정 지연 가능성도”

이란발 코로나19가 중동 지역 전체로 빠르게 퍼지면서 현지에 건설 현장을 둔 국내 건설사들도 근심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올 초 연이은 수주 낭보로 살아나는 듯했던 중동 건설시장이 ‘시계 제로’ 상황에 빠졌다. 이란을 중심으로 중동 지역 전체에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어서다. 국내 건설사들은 중동 현지에 있는 사업장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마음을 졸이고 있는 분위기다. 아울러 중국발 원유 수요 감소로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신규 발주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26일 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올 초부터 지금까지 국내 건설사들이 중동에서 올린 수주액은 58억 달러다. 이는 전체 수주액(93억 달러)의 62%를 차지하는 것으로 지난해 전체 중동 수주액(48억 달러)을 넘어선 실적이다. 건설업계는 새해 들어 중동 시장이 살아남에 따라 지난해 수주 부진에서 말끔히 벗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이란을 중심으로 중동 지역에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기대는 우려로 뒤바뀌었다.

한국 시각으로 오후 1시 기준 이란에서는 총 95명의 코로나19 확진자와 16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전날보다 사망자 수는 4명, 확진자 수는 35명이나 늘어났다. 사망자 숫자는 중국 다음으로 많다. 이란발 코로나19는 인접국들로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 이어 바레인이 23명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았고 UAE(13명), 오만(2명), 이라크(1명), 이스라엘(1명), 아프가니스탄(1명), 레바논(1명) 등에서도 확진자가 속출했다. 확진자 대다수가 이란에 성지순례를 왔다가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는 중동에서 코로나19가 뒤늦게 전파됨에 따라 당혹스러워하는 눈치다. 중동 시장은 국내 건설사의 수주 텃밭이라 파견 직원이 많을 뿐 아니라, 국내와 교류도 잦아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해외 사업장 운영이나 관리, 추가 해외 수주 지원 등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어서다. 대다수 건설사는 해외 현장 출장 등의 왕래를 중단하고 가급적 온라인을 통해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주요 건설사 가운데 GS건설이 바레인(LNGIT 프로젝트), 오만(LPIC 프로젝트), 카타르(도하메트로 프로젝트)에서 현장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도 바레인(BNP정유플랜트)과 오만(두쿰 정유플랜트)에 사업장을 보유 중이다. 대우건설의 경우 오만(두쿰 정유플랜트), 카타르(카타르E-RING도로), 한화건설은 이라크(비스마야 신도시 건설)에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현지 주재 직원들이 복귀가 늦어진 인력의 업무를 진행하고 있지만, 장기화될 경우 과부하에 따른 처리 지연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국제유가 하락도 불안 요인이다. 저유가가 지속될 경우 중동 국가들의 재정 문제로 발주 침체가 불가피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날(25일)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49.9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 가격이 50달러 아래로 내려온 것은 지난 2월11일 이후 처음이다. 국제유가가 급락한 이유는 중국발 수요 둔화에 따른 석유 수요 감소 우려가 국제유가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중국은 미국(20.5%)에 이어 두 번째로 석유 소비가 많은 나라로, 세계 석유 수요의 13.6%를 차지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이 시작한 지난달 중순 이후 중국 석유 수요는 평소보다 20%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수출기구(OPEC)는 중국의 석유 소비가 줄어들면서 국제유가가 하락하는 것을 방어하기 위해 하루 평균 50만~100만 배럴 감산을 검토 중이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원유 소비가 감소하면서 유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고, 이는 결국 중동 각 국가의 재정에 밀접한 영향을 미쳐 발주 일정이 지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발생했던 2015년, 중동에서는 프로젝트 발주 연기와 취소 등이 잇따르면서 건설업이 크게 조정을 받은 바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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