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파나소닉 독점공급 깨고 中 CATL, 韓 LG화학 등 배터리 공급선 다변화
보조금축소 中수요 감소···서울 전기택시 눈독들이며 韓시장 공략의지 표출

/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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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의 동아시아 공략이 가속화된다. 글로벌 3대 전기차 시장으로 꼽히는 중국에 주력하면서도 한국·일본 시장도 놓치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중국정부의 단계별 전기차 보조금 축소로 현지수요가 감소하면서, 인접한 한국시장에 더욱 공을 들인다는 평가다. 전기차 분야에서도 내수왕좌를 지키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과의 경쟁도 점쳐진다.

26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해 초까지 일본 파나소닉으로부터 독점적으로 배터리를 공급받았다. 그러다 파나소닉이 자국 완성차업체 토요타와 전기차 배터리 합작사 설립을 추진하면서 두 회사의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테슬라와 함께 전기차 배터리를 양산해 온 미국 네바다 기가팩토리(테슬라의 전기차 생산 공장)에 대한 투자동결로 이어졌다.

앨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공개석상에서 파나소닉을 힐난할 정도로 두 회사의 갈등의 골은 깊어졌지만, 장기간 협력해 온 탓에 사업적 관계를 끊을 수도 없는 처지였다. 대신 공급선을 다변화하며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포석을 깔았다. 중국 상하이 기가팩토리 건립에 돌입하면서 한국의 LG화학 그리고 중국의 CATL과의 협력을 키웠다.

CATL, 파나소닉, LG화학 등은 글로벌 배터리 점유율 1~3위 업체들이다. 동시에 독점적 시장점유율을 보이는 한·중·일 각국의 1위 업체들이란 공통점을 지녔다. 또한 이들 동아시아 3국은 상하이공장에서 생산될 테슬라 전기차의 핵심 시장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의존도를 낮추면서도 각국 시장에 보다 친숙하게 다가설 수 있는 명분도 쌓은 셈이 된다.

중국 내 기가팩토리 가동이 본격화 되면서 테슬라의 동아시아 공략 또한 가속화 되는 추세다. 테슬라는 지난해부터 중국에서 보급형 전기차 세단 ‘모델3’ 양산에 나섰다. 뒤 이어 전기차 스포츠유틸리티(SUV) 차종인 ‘모델Y’의 양산도 예고한 상태다. 테슬라는 점차 축소단계에 접어드는 현지 보조금 혜택을 적용받기 위해 모델3 양산을 서둘렀다.

문제는 수요였다. 보조금이 축소되면서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중국의 전기차 수요가 감소세로 접어든 것이다. 전문가들도 장기적으로 전기차 시장팽창이 확실시 되나, 보조금이 지급되지 않으면서 한 동안 중국에서도 전기차 수요가 보합세를 이룰 것으로 여기는 상황이다. 이에 테슬라는 최근 한국 등 인접국가에서의 판촉활동에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임하는 분위기다.

테슬라가 한국법인을 설립한 것은 2015년 12월이다. 2017년 3월부터 경기도 하남의 ‘스타필드 하남’에 첫 번째 매장을 내고 본격 판매에 돌입했다. 그동안 인프라 구축이 미비했던 국내에서 별다른 마케팅활동을 펼치지 않던 테슬라는 지난해 11월 과천 서울대공원 주차장에서 동시에 113명에게 모델3를 인도하는 대형 행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국내 전기차 충전소가 확대되면서 전기차 수요가 점차 높아지고, 동시에 테슬라 역시 상하이 기가팩토리 가동을 본격화 한 데 따른 행보로 풀이된다. 테슬라는 한국에서만 총 32곳의 자체 급속충전소 ‘슈퍼차저 스테이션’을 운용 중이며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자연히 내수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차그룹과의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전기차 전문매체 ‘인사이드 EVs’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 1위는 36만7820대를 판매한 테슬라가 차지했다. 현대차(7만2959대)와 기아차(5만3477대)는 각각 9위 11위에 올랐다. 이들 두 회사의 합산 판매량(12만6436대)은 독일 BMW(5위)에 이어 6위에 해당한다. 내수 전기차 시장에서도 왕좌를 지키려는 현대차 입장에서 테슬라라는 호적수가 등장한 셈이다.

최근 서울시가 개발을 추진 중인 ‘미래형 서울 전기택시’ 개발 사업을 추진하면서 이들 두 회사와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기차는 내연차에 비해 주행거리가 짧고, 충전시간이 길어 영업용으론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 택시시장에서 외면 받았다. 서울시는 미세먼지 저감 등을 위해 이 같은 단점을 보완한 서울형 전기차 모델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당초 현대차가 해당 사업의 파트너로 유력시 됐으나, 테슬라가 기대 이상의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시 측에 보증기간 내 배터리 무상교체 및 전기택시 교체 지원비용 등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이 같은 테슬라의 적극성이 비단 전기택시 판매만을 위한 행보로 보기엔 부족하다는 반응들이다. 한국시장 공략의 일환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전기차 1위 테슬라가 전기택시 판매수익만을 노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테슬라의 전기택시가 서울 곳곳을 누비게 된다면 그것만으로 상당한 홍보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된다”고 소개했다. 소요비용 대비 높은 광고효과를 누리기 위해 테슬라가 전기택시 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것이란 해석이었다.

한편, 테슬라는 국내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에도 진출을 타진 중이다. ESS는 전기차와 더불어 배터리 업계의 양대 축을 맡고 있는 사업 분야다. 현재 한국전지산업협회 단체표준인증 절차에 착수했으며, 연내 시장판매가 가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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