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온라인 주문은 늘어나는데···배송기사 “마스크 지급도 못 받아” 토로
온라인배송지회준비위, 연장·휴일수당 지급 촉구
특고직 배송기사, 근로자 인정 어려운 게 현실

“코로나가 아니라 과로로 먼저 죽겠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장보기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대형마트 배송 기사들의 업무도 가중되고 있다. 퇴근 시간이 1~2시간 늘어나고 마스크도 제공받지 못하는 등 평소보다 더욱 열악한 노동 환경을 견디고 있는 것이다. 택배기사는 특수고용직인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회사의 적극적인 보호도 받지 못하고 있다. 

마트산업노동조합 온라인배송지회준비위원회는 26일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로 온라인 물량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배송기사들은 개인사업자라는 이유로 연장수당도 휴일수당도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지금 현장은 폭발 직전”이라고 토로했다. 

지난 23일 출범한 이들 준비위는 온라인 배송기사들이 만든 단체다. 배송기사는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돼 근로기준법 상 근로자의 지위를 갖지 못한다. 업무 강도가 높아지지만 그에 따른 어떠한 처우도 받지 못하는 기사들이 단체를 만든 이유다. 

26일 마트산업노동조합 온라인배송지회준비위원회가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코로나19 안전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박지호 기자
26일 마트산업노동조합 온라인배송지회준비위원회가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코로나19 안전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 사진=박지호 기자

이날 이들은 고용노동부에 배송기사에 대한 안전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대형마트에 대한 관리·감독을 실시하라고도 주장했다. 연장·휴일근무 수당 지급도 요구했다. 

준비위는 “코로나19로 고객들이 매장 방문보다 온라인 주문을 더 많이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노동강도도 세지고 있다. 우리는 급여와 복지뿐 아니라 안전면에서도 차별받고 있다”면서 “마스크와 손소독제도 제공받지 못한다. 각자 사서 써야 한다. 구하지 못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고객들이 컴플레인을 건다”면서 현장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현재 준비위 소속의 일산 홈플러스 한 배송기사는 “이달 초부터 갑자기 배송건수가 늘면서 육체적 고통이 심각해졌다. 대부분은 회사 지시니 추가 물량을 받아들이고 일하고 있다”면서 “한 배송지에 무거운 바구니 11개를 옮긴 것이 배송 1건으로 처리된다. 추가 충원도 되지 않고 있다. 코로나가 아니라 과로로 먼저 죽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준 온라인배송지회 준비위원은 “배송상품을 확인하기 위해 고객들과 대면하라는 대형마트의 매뉴얼 때문에 불특정 다수와 대면해야 하는 위험에 처해있다”면서 “이런 매뉴얼은 고객과 기사 모두에게 안전하지 않다. 배송기사에게 안전조치란 마스크뿐인데, 이마저도 제대로 지급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현행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택배기사가 회사로부터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은 없다. 법조계에서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성을 재정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최정규 원곡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는 “택배기사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한다. 이 탓에 연장근로수당이나 휴일근로수당 등을 받기 어렵다”면서 “과거에는 근로자 기준을 원청에의 종속성으로 봤지만, 이제는 해외에서처럼 경제적 종속성도 근로자성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택배기사들이 대형마트로부터 월급을 받는만큼, 근로자로 인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최 변호사는 이어 “시대의 변화에 맞춰 근로자를 바라보는 국가의 시선도 변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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