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서비스·보안 좋은 슬랙 활용해 원격근무 도입···비대면 서비스 스타트업들은 '도입 문의' 늘어나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저희 사옥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어요. 강제로 격리 중입니다.”

한 부산 스타트업 대표의 하소연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경상남도와 경상북도 지역 스타트업들이 비상 대책에 나섰다. 스타트업 대다수가 온라인 기반 서비스인 덕에 실질적인 매출 피해는 적은 가운데, 원격근무 도입과 사업 프로모션 등을 통해 새로운 사업 대책을 찾고 있다.

25일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오전 9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가 총 893명으로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국내 확진자 중 대구·경북 확진자는 총 731명(대구 500명·경북 231명)으로 증가했다. 부산과 경남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각각 3명, 1명으로 집계됐다.

이에 경북과 경남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들도 덩달아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 지역에 확진자 급격히 늘어나면서부터다. 특히 오프라인 자영업을 하고 있는 창업자들의 타격이 크다. 

부산에 본사를 둔 영상 생성 소프트웨어를 개발‧유통 중인 스타트업 ‘산타’와 비대면 전자계약 서비스 ‘모두싸인’은 전 직원이 사무실에서 나와 재택 원격근무를 하고 있다. 두 스타트업 모두 확진자나 격리자 직원은 없지만, 부산 사무실 주변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미리 대응책을 준비했다고 전했다.

박기웅 산타 대표는 “산타의 경우 온라인 동영상 생성 툴과 유통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때문에 원래 원격근무가 많아 별 문제 없이 재택 근무를 실시하고 있다. 중국에 출장 간 직원은 현재 대만으로 대피해 상황을 기다리고 있다”며 “선제적으로 원격근무를 해왔기 때문에 타격도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영준 모두싸인 대표는 “모두싸인 직원 78%가 부산에서 근무를 하는데 지난주 코로나19의 위험성이 커지면서 구성원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100% 원격근무 중”이라며 “구글의 지 스위트(G suite meet)와 캘린더 자동 생성 기능, 슬랙 콜 등을 이용하고 있다. 영상 소통 외에도 텍스트 소통 등을 통해 원격근무의 질을 높이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타와 모두싸인은 코로나19 사태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두 기업은 사업 도입 문의나 이용은 오히려 늘어났다며, 많은 기업, 근로자, 자영업자가 자신들의 비대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홍보도 따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박 대표는 “국민적으로 위험한 상황이라 행사나 모임, 집합 교육이 취소되고 있다. 대부분 행사를 비대면·온라인으로 진행해야 하는데 보통 온라인 스튜디오 대여, 촬영, 편집까지 1000만원이 든다. 산타의 실시간 스트리밍 툴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며 “기업과 교육기관들이 코로나19 사태를 피해 온라인 영상 툴을 사용할 수 있도록 따로 프로모션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최근 근로계약서, 사직서 등 회사 내부적으로 서명이 필요한 문서와 고객 개인정보확인동의서, 영업예약같이 외부적으로 서명이 필요한 문서에 대해 모두싸인 도입 문의가 예전보다 늘어나고 있다. 아무래도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비대면으로 서명이 가능한 서비스를 찾는 것 같다”며 “실제로 이 이슈 때문에 도입한다고 말씀해주시는 고객분들도 있다. 원격근무 환경에 도움을 주기 위해 모두싸인 서비스를 더 알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물류운송 스타트업 ‘센디’의 경우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에도 이용률은 그대로라고 설명했다. 다만 운송 기사들이 대구 지역을 피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센디는 본사를 부산에 둔 부산 지역 스타트업으로, 이사 매칭 플랫폼 ‘이사모아’와 화물운송 서비스 센디를 운영 중이다.

정재욱 센디 이사는 “부산에서 그동안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는데 지금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사와 화물운송의 경우 정해진 날짜가 있기 때문에 (감염증 확산에도) 그대로 거래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크게 타격은 없다”라며 “다만 (화물운송) 기사님들이 대구 운송을 꺼리고 있어 거래를 취소하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이사는 “부산지역 스타트업들에서 이번주부터 원격근무를 시작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대부분 보안이 좋은 메신저 ‘슬랙’으로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며 “원래 재택 근무를 했던 기업들이 아닌 경우 업무 효율이 얼마나 날지는 모르지만 직원 안전을 위해 (스타트업들도) 원격근무를 하려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에서도 배달의민족 ‘우아한형제들’, 야놀자, 뱅크샐러드 등 많은 스타트업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원격근무를 늘려 가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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