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서 ‘전국 신천지교회 및 부속기관 주소 현황’ 공유 확대
신천지와 관계없는 예전 주소까지 포함···2차 피해 속출
“코로나로 힘든데 신천지 건물로 지목돼 단골까지 끊겨”

최근 신천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나오면서 신천지 관련 시설 주소가 담긴 명단이 온라인상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신천지와 관계없는 주소까지 포함되면서 건물주와 세입자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아는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는데 동네 주민들이 그 건물 미용실은 가지 말라고 했다더라.”

25일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 있는 한 건물 1층에서 만난 미용실 주인 A씨의 말이다. 이 건물 2층은 온라인상에서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전국 신천지교회 및 부속기관 현황’에서 신천지 복음방으로 지목된 곳이다. 하지만 신천지 관련 시설은 이미 지난해 6월 계약 만기로 이곳을 떠났다. 지난 1월 미술학원이 계약을 맺고 개원을 준비 중이다. A씨는 “코로나 때문에 가뜩이나 손님이 없는데 신천지와 관련돼 있는 건물이라고 지목받으면서 장사가 더 안 되는 것 같다”고 우려감을 나타냈다.

최근 신천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나오면서 신천지 관련 시설의 주소가 담긴 명단이 인터넷 커뮤니티와 모바일메신저 채팅방에서 공유되고 있다. 하지만 신천지와 관계없는 주소까지 포함되면서 건물주와 세입자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공유되고 있는 명단은 ‘신천지위치알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재가공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천지위치알림은 교회 위치 정보를 제공하는 앱으로 약 6개월 전에 만들어졌는데, 최근 신천지 교회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이용자 수가 폭증했다. 해당 앱 개발자는 ‘구리이단상담소’(신천지 문제 전문 상담소)의 신천지 위치정보 게시판과 신천지 피해자들의 제보를 바탕으로 데이터를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초기 배포된 신천지 관련 주소 명단에 과거 자료까지 포함됐다는 점이다. 인천 부평구 산곡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B씨는 “신천지는 수년 전에 이사 가고 없는데, 갑자기 인천 위장교회 복음방으로 올라왔다”며 “사진까지 올려서 그 건물에 있는 모든 사업장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역 재개발로 인해 주변 상권이 침체되어 고민이 많은 상황에 확인되지 않은 정보 공개로 그나마 오던 단골들도 끊겼다”고 하소연했다.

신천지 복음방으로 지목된 서울 동작구 사당동 소재 한 건물 2층은 현재 미술학원이 오픈을 앞두고 있다. / 사진=길해성 기자  

서울 동대문구에서 신천지 위장 카페로 정보가 공유된 건물의 한 세입자는 “위장 카페는 6개월 전에 이사 갔으며 그 자리에는 공장이 들어와 운영 중이다”며 “동대문구청에서도 나와 확인하고 갔는데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잘못된 위치정보 공유로 피해를 입고 있는 자영업자가 많다고 들었다”며 “좋은 취지로 만든 것은 이해하나 이럴 때일수록 정확한 정보 공유가 필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국에서 건물주와 세입자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현재 구리이단상담소에선 신천지 위치정보 게시판의 모든 정보를 삭제했다. 신천지위치알림 앱 역시 지난 23일 신천지에서 공개한 1100건의 정보 외의 모든 정보를 모두 내린 이후 사과문을 공지한 상태다. 하지만 이미 복사된 정보들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남아 있어 건물주들의 피해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앱 개발자는 “정보 부족으로 신천지위치알림에 업데이트가 안 된 이전 자료들이 소셜미디어와 맘카페 등에 캡처와 쪽지 형태로 걷잡을 수 없이 퍼지며 일부 정통 교회와 상가, 지역주민이 피해를 본 것에 사과드린다”며 “캡처와 쪽지 형태로 이뤄지는 정보 공유 게시글을 삭제해주시기를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당부했다.

한편 서울시는 전날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전달받은 170개소 중 163개의 서울시 소재 신천지 관련 시설에 대한 폐쇄와 방역을 완료했다. 경기도 역시 도내 신천지 관련 시설 353곳을 강제 폐쇄했다. 세부 주소와 방역 현황은 각 지자체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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