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협력사→2차→1차→완성차’ 생태계, 한 곳만 삐끗해도 생산 차질
부품사 “상대적으로 방역 취약지대···공장 쉴 수도 없어”
생산 넘어 판매까지 문제···홍보 활동도 제약

국내 지역별 1차 자동차 부품 협력사 및 코로나19 확진자 현황./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국내 지역별 1차 자동차 부품 협력사 및 코로나19 확진자 현황.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코로나19가 국내에 빠르게 확산되면서 국내 자동차업계에 재차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19로 인해 국내 부품사들이 문을 닫게 될 경우, 앞선 중국 와이어링 하네스 부족 사태보다 상황이 더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부품업체 문제는 이미 발생했다. 지난 24일 현대차 포터에 부품을 공급하는 서진산업은 공장을 임시 폐쇄했다. 집에서 숨진채 발견된 직원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서진산업이 문을 닫자 현대차는 25일 울산4공장 생산 라인을 하루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지난 2018년 말 기준 국내 1차 부품협력사는 831개사인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2차·3차협력사까지 합치면 그 수는 수천이 넘어간다.

국내 부품업체들의 경우 대구·경북·경기 지역에 몰려있는 데다 중소기업이 대부분이라 방역체계도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자동차 머플러 부품을 납품하는 한 협력사 관계자는 “직원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권장하고 있으나 열악한 작업환경상 완벽한 방역 시스템을 갖추긴 어렵다”며 “공장 특성상 재택근무를 할 수도 없어 언제, 누가 바이러스에 걸려도 이상하지 않다”고 말했다.

통상 완성차업체들은 2만~3만개에 달하는 부품 대부분을 국내 협력업체에서 조달하고 있다. 여기에 ‘3차 협력사→2차 협력사→1차 협력사→완성차’로 이뤄진 부품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어 협력사 중 한 곳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최상위에 위치한 완성차도 영향을 받게 된다.

완성차 입장에서는 코로나19 확산에도 손 쓸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언제, 어느 부품사에서 문제가 생길지 모르는 상황이라 사실상 대비할 방법은 없다”며 “모든 부품 재고를 늘릴 수도 없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상황을 지켜볼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다만 “공장 출입문에 열화상 카메라를 배치해 출입자들을 대상으로 체온을 확인하고, 공장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등 자체 방역에 힘을 쏟고 있다”고 덧붙였다.

◇ “생산도 문제지만···판매 더 난감”

국내 완성차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공장 가동 중단도 문제이지만 판매 감소도 우려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출시 행사들이 미뤄지거나 취소되면서 마케팅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다.

르노삼성은 3월 초 예정된 XM3 대규모 출시 행사를 취소했다. 신차 출시 일정에는 변동이 없으나 행사를 중단하며 홍보 활동에 차질이 생겼다. 기아차도 다음달 쏘렌토 출시 행사를 준비 중이나 코로나19로 인해 연기나 취소를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입차업계 역시 2월 중순부터 신차 출시 행사가 연이어 계획돼 있었으나 행사 일정을 연기하거나 아예 취소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올해 자동차 내수 판매에도 적잖은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월 자동차 내수 판매는 9만9602대를 기록하며 7년 만에 10만대 아래로 떨어졌다. 2월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소비심리가 위축되며 판매 감소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지난해 국내 완성차는 현대차를 제외한 4개사 판매가 줄어들며 153만대 수준에 그쳤다”며 “올해에는 코로나19와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내수 판매가 150만대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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