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사건 맡은 서울고법 형사1부, 이재용 파기환송심도 심리
‘반성 없음’ 가중요소는 아니지만 “기준 같아야” 목소리도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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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 없이 타인에게 책임을 전가한다는 이유로 이명박 전 대통령을 엄벌한 재판부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 양형을 정할지 주목된다. 두 재판은 모두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 부장판사)가 맡았다.

서울고법 형사1부는 지난 19일 이 전 대통령의 2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15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해 ‘범행을 모두 부인하고, 다른 사람들의 허위 진술 탓으로 돌리고 있다’ ‘책임질 부분이 명박한 경우에도 주변 사람들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형량을 가중한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에서 피고인의 반성 여부는 중요한 양형 참작 사유로 꼽힌다. 대법원 산하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에 따르면 뇌물범죄에서 ‘진지한 반성’은 일반양형인자로 고려되는 중요한 감경요소다. 반대로 ‘반성 없음’이 가중요소로 적용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서울고법 형사1부는 이 전 대통령이 반성하지 않고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를 문제 삼아 양형 요소에 고려한 것이다.

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이 부회장은 양형에서 불리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이 부회장이 재판에 임한 과정을 돌아보면 그는 최초 뇌물 제공 및 횡령 범행을 부인했고, 증거가 제시된 이후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강요 탓으로 돌렸기 때문이다.

물론 뇌물공여 범죄에서 ‘수뢰자의 적극적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한 경우’가 감경요소이기는 하다. 1·2심 모두 이 부회장이 수동적으로 응해 뇌물을 줬고, 박 전 대통령의 요구를 쉽사리 거절하거나 무시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반성없어 엄벌’이라는 가중요소가 없는 상황에서도 이 전 대통령의 형을 가중한 재판부 기준을 볼 때, 서울고법 형사1부가 이 부회장에게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대법원이 삼성의 포괄적 현안으로서의 ‘승계 작업’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2심이 부인했던 마필의 구입 가격을 모두 뇌물로 인정함으로써 이 부회장의 횡령과 뇌물 규모를 대폭 확대해 판단한 점도 주목해야 한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성명서를 통해 “이명박 전 대통령 재판과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서 모두 정경유착의 폐해가 드러났다. 특히 삼성그룹은 두 사건에 모두 관여되어 있다”며 “서울고법 형사1부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엄정하게 심판했던 것처럼, 이재용 부회장 파기환송심도 엄정하게 재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수 및 법조인 등으로 구성된 483명의 지식인들은 지난 13일 서울고법 앞에서 ‘지식인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의 판단 취지는 이 부회장의 범죄행위에 대해 더욱 엄정한 단죄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며 “서울고법 형사1부는 이 재판이 가지는 역사적 의미의 엄중함을 깊이 새겨 법과 양심에 따라 공정하고 정의로운 재판을 진행하라”고 촉구했다.

2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던 이 부회장은 지난해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일부 혐의를 유죄 취지로 판단하면서 계속해 재판을 받고 있다.

전합은 이 부회장의 양형에 큰 영향을 주는 마필 3마리 소유권 부분에 대해서 원심과 달리 뇌물이라고 판단했다. 전합은 또 제3자뇌물수수의 전제가 되는 ‘부정한 청탁’에 대해서도 이 부회장에게 경영권 승계라는 현안이 존재했다고 봤다. 그러면서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씨의 조카 장시호씨가 운영한 영재센터에 삼성이 지원한 16억원을 뇌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전합은 뇌물(마필 3마리)과 제3자뇌물(영재센터 지원)에 대한 부정청탁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무죄로 판단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 범죄수익은닉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부분에도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되돌려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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