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호 동대문점 개장 이어 인천공항 면세점까지 관심
인천공항 사업권 획득하면 업계 3위 자리 넘볼 수도

지난 20일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에 시내면세점 2호점을 개점한 현대백화점면세점에서 관광객들이 쇼핑을 즐기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20일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에 시내면세점 2호점을 개점한 현대백화점면세점에서 관광객들이 쇼핑을 즐기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오프라인 채널을 강화해 롯데·신라·신세계 3각구도로 형성된 면세업계의 판 뒤집기에 나선다. 단기적으로 면세사업 적자 확대는 불가피하지만, 이달 말 입찰이 예정된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획득하면 빅3를 넘볼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면세사업은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숙원 사업이자 그룹의 신성장 동력으로 꼽힌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지난 20일 서울 동대문 두타몰에 시내면세점 2호를 개장했다. 지난 2018년 삼성동 무역센터점에 이은 두 번째 면세점이다. 코로나19의 여파로 개장 연기가 검토됐으나,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위축된 경제 활력을 살리는 데 일조하겠다”면서 예정대로 오픈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예정대로 개장을 감행한 데는 매장에 입점된 브랜드와의 협상 문제가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여파로 오픈 특수는 누리지 못했지만, 개장이 연기되면 브랜드 측에서 파견하는 직원들이 강제 휴업을 맞게 돼 예정대로 문을 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유통업계 중에서도 면세점은 코로나19 영향이 큰 업종이다. 내국인의 발길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면세점 매출 실적을 견인하고 있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입국이 줄어들면서 기존 면세점의 매출 타격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일단 강북 땅에 발을 들였다. 2호점이 위치한 동대문은 롯데·신라·신세계 면세점이 위치해 있는 서울 중구와 멀지 않아 무역센터점에 비해 중국 보따리상을 끌어오는 데 지리적 이점이 있다. 유행에 민감한 젊은 관광객들이 동대문 지역에 관심이 큰 것도 현대백화점면세점이 기대하는 부분이다. 이런 상권 특성을 반영해 현대백화점면세점은 2호점의 콘셉트를 ‘젊고 트렌디한 라이프스타일 스토어’로 잡았다.

우선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올해 매출 1조6000억원, 3년 내 2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현대백화점면세점은 매출 7931억원, 영업적자 742억원을 냈다. 점포 확장 시너지를 고려하면 목표 매출 달성은 무난할 전망이다.

여기에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오는 26일 입찰이 마감되는 인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 면세점 사업에도 도전한다. 2호점 출점으로 강남·강북을 잇는 면세벨트를 구축한 만큼, 인천공항 면세점까지 확보하면 단번에 빅3를 위협할 수 있게 된다. ‘규모의 경제’ 실현은 물론, 구매 경쟁력을 확보해 해외 진출의 교두보로 삼을 수 있어서다. 앞서 신세계면세점도 시내면세점 2곳과 인천공항 면세점 3곳을 확보하고 점유율을 크게 올려 빅3에 안착한 바 있다.

문제는 적자 규모다. 인천공항면세점은 임대료가 높아 사실상 적자를 내는 점포다. 롯데·신라·신세계는 시내면세점에서 낸 수익으로 인천공항의 적자를 메우고 있지만, 현대백화점면세점은 후발주자로 아직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써 높은 임대료에 발목 잡혀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오픈 특수도 기대하기 어렵다. 국내 시내면세점의 주 고객은 사실상 중국 보따리상인데 한한령과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중국 관광객들의 입국이 사실상 끊긴 상태여서 개점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실제 코로나19 여파로 최근 한 달 새 주요 시내면세점들의 매출은 지난해에 비해 40%가량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백화점면세점 관계자는 “낙찰 여부를 떠나 해당 면세사업권 입찰에 참여할 것”이라며 “면세점 진출이 늦은 만큼, 유통그룹 노하우를 살려 빠르게 안착하겠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백화점그룹사 면세점은 초기 적자가 예상되는데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권까지 획득하면 적자 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라며 “다만 반대로 인천공항 사업권을 획득하면 면세업계 판도를 흔들며 존재감을 키우는 면세업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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